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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村 學 究 2022. 1. 5. 21:08

    나는 생일이 세 개다.

    하나는 내가 실제로 태어난 날인데, 음력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적으로 나라에 출생 신고를 한 날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있다. 실제 생일을 양력으로 한 것으로, 페이스북 등 SNS에 등록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 물론 실제로 태어난 날이 나의 생일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생일들이 각 자들 그 나름대로 들 역할을 하고 움직이는데, 좀 혼란스럽다.

    태어난 날의 생일은 그다지 문제가 없다. 다만, 그 날이 되면 다른 날들의 생일이 어른거린다.

    그들이 우리들은 뭐냐며 항변이라도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생일이 이렇듯 여러 개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태어난 날의 경우는 그렇다 치고 출생 신고 생일의 경우도 딱 태어난 날을

    생일로 하지 못한 시대적인 상황이 있다.

     

    내가 태어난 것은 한참 전쟁 때인 70여년 전이다.

    그 시기는 전쟁시기기도 할 뿐더러 교통과 통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출생의 개념도 지금과 달랐다. 아울러 영아 사망율은 지금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저 목숨이나 부지하고 있는 게 대수였지, 날짜를 태어난 날에 딱 맞추고 하는 건 하찮은 문제였던 것이다.

     

    내 경우 태어난 날과 출생을 신고한 날이 대략 5개월 쯤 차이가 난다.

    언젠가 어머니에게 생일이 왜 다른가 하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니가 태어나자마자 죽을라 카는데, 살리놓고 보이 그렇게 됐다.”

     

    SNS에 의해 만들어진 생일은 좀 황당하다.

    SNS에 가입하려면 여러가지를 묻는다. 그 중에 생일도 물론 들어있다. 음력과 양력으로 묻는다.

    실제 생일날을 음력으로 답을 하면, 그게 양력으로 작용하는 게 SNS상에서의 생일이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태어난 날을 음력으로 답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양력 그 날이 바로 내 생일이다.

     

     

     

     

    SNS상, 그러니까 페이스북의 내 생일이 바로 오늘이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쇄도'하고있다.

    국내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물론, 멀리 스페인에서도 오고 독일에서도 왔다.

    음력상의 날이라고 몇 번 알렸는데도 그걸 일일이 기억하고 있겠는가.

    그 날이 되면 무조건 축하 메시지가 날아 온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따라 기분이 더 묘하다. 축하 메시지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생일이 분명 아닌데, 무더기로 메시지자룰 받으니 흡사 사기 치는 기분이랄까 그렇다.

    그렇다고 그런 기분을 굳이 내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그렇게 나도 묻어 간다.

    생일을 앞당겨 이렇게 축하들을 받았으니, 올해 실제 생일 날은 좀 허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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