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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첫 날, 뒤숭숭한 생각들村 學 究 2022. 3. 4. 19:51
내가 언제 적부터 이리 정치에 관심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답지 않다. 마음이 온통 선거에 가 있다는 얘기다.
오늘 광화문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서촌 체부동 시장을 지나면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나도 모르게 그 줄에 끼어
사전투표를 할 뻔했다가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하지는 못했다.
내가 바라는대로 이뤄질까에 대한 조바심 또한 크다.
그러니 오늘 하루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후배들과 만나 술을 곁들인 점심을 하면서도 좌중의 화제는 선거였는데,
내가 생각해봐도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컸던 것 같다.
부정선거 전망과 관련해 한 후배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고, 나는 그에 맞섰다.
애시당초 결론이 나질, 날 수도 없는 얘기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높여 서로들 강한 주장을 편 건 일종의 확증편향의 고집들일 것이다.
후배는 야권 단일화로 정권교체는 이미 이뤄진 것이라고 했고, 나와 다른 한 후배는 조바심을 나타냈다.
이 조바심 또한 나의 그 역시 역시 한 확증편향에 의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서촌 ‘백석, 흰당나귀’에서 후배들을 만나기 전,
좀 일찍 경복궁 역에 도착한 나는 잠시 짬을 내 경복궁을 보러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막연히 경복궁이 보고싶었을 따름이었고,
경복궁에서 혹여 정도전의 흔적이나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보니 현관 우체통에 책이 한 권 도착해 있었다.
산림학자로 ‘소나무박사’로 불리는 고교동기 친구가 쓴 <한 산림학도의 글쓰기>라는 책이다.
그 책을 뒤적이며 전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나왔는데, 잠깐 본 친구의 글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아마도 그 책, 친구의 글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아마도 나를 경복궁으로 한번 가보거라며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나는 일의 두서도 없고 말과 글의 두서도 없다. 생각의 정리도 잘 되질 않는다.
오늘 나는 왜 이리 뒤숭숭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