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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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쿠프(Krakow)' by Pzremek Czaja볼 거 리 2021. 12. 2. 09:42
페이스북 그룹인 'Henri-Cartier Bresson'에 사진을 올리고 있는 폴란드 사진작가 쁘즈레멕 짜자(Pzremek Czaja)의 폴란드 도시 크라쿠프(Krakow)을 주제로 한 일련의 작품입니다. 짜자는 크라쿠프에 거주하면서, 크라쿠르의 풍광과 풍물에 집착해 사진을 찍어오고 있습니다. 아래 세번 째 사진은 크라쿠프 도심에 있는 알케미아(Alchemia) 클럽입니다. 크라쿠프의 이 흑백사진들은 나로 하여금 메릴 스트립이 나오는 영화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을 떠올리게 합니다.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의 소설이기도 한 '소피의 선택'에는 크라쿠프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소피의 폴란드 고향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아우슈비츠에서 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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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校은사의 옛 사진들볼 거 리 2021. 11. 15. 13:48
나로서는 범상하지 않은 일들이 며칠사이 생겨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황망한 한 죽음을 목도하더니, 오늘은 옛 고교시절의 은사가 몇 장의 옛 사진으로 느닷없이 나에게 나타나신다. 양재인 선생님. 고등학교 때 국어와 古文을 가르치시던 은사다. 우리들은 선생님 대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큰 풍채에 시커멓고 무뚝뚝한 용모 탓도 있겠지만, 워낙 과묵하셨다. 손바닥이 과장을 좀 보태 솥뚜껑 만 하셔서 뭘 잘못해 선생님 앞에 서면 주눅이 들곤했다. 우리들은 그런 선생님에게 '양상군자'라는 짓굳은 별명을 지어 드리고 숨어서 키득거리곤 했다. 선생님의 사진은 안방 책상 정리를 하다 나왔다. 셀로판 봉투에 정성스레 넣어진 흑백사진들이었는데, 선생님의 젊었을 적 이 사진을 왜 내가 갖고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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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볼 거 리 2021. 10. 25. 20:46
내 집 거실엔 보기에 두 개의 종교가 공존하는 듯 합니다. 가톨릭의 표상인 십자가 예수와 성모마리아 상이 있고, 그 맞은 편엔 불교의 관음보살이 앉아있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걸려져 서로를 바라다 보고있습니다. 내 신앙의 깊이에 대해 나 스스로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가톨릭입니다. 그러니 좀 이상하다할 것이지만, 물론 그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 내 집 거실의 '관음보살도'를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고려시대 불교미술의 정수로 단연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꼽혀집니다. 어제 일짜 조선일보에 그 '수월관음도'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작품 한 점이 올려져 눈을 황홀케 했습니다. 현존하는 고려 '수월관음도'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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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두 인디언 여인의 肖像볼 거 리 2021. 10. 23. 05:39
근자에 페이스북 보고 읽기가 풍성해졌다. 역사, 인물, 사진 등 특화된 주제의 인문학과 관련한 '그룹'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어제 1백 수십년 전의 아메리칸 여자 인디언의 희귀한 사진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아름다운 코(Pretty Nose)'라는 이름을 가진 '아라파호(Arapaho)족 여인의 1879년 초상 사진이다. '아라파호'는 우리 어릴 적 인디언 영화에 많이 등장했던, 용맹성이 남다른 '샤이엔(Cheyenne)'족을 말한다. 아름다우면서도 용맹스럽게 생긴 이 여인은 샤이엔 족 특유의 치장을 하고있다. 천으로 짠 허리띠와 버팔로가죽 가운, 그리고 귀걸이, 반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동시대 유럽의 어떤 미녀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과 위엄을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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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볼 거 리 2021. 10. 10. 12:53
어제 아침, 대장천변으로 가니 날은 흐렸지만, 전형적인 가을 기후 속, 대기는 맑고 청량했다. 대장천 물도 연일 내린 비 탓인지 어느 때보다 깨끗해 보였다. 아침 일찍 대장천변을 걷는 일이 거의 일과가 됐다. 천변에 양심불량인 사람들이 버리는 널브러진 쓰레기들이 많다. 천변 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얌체처럼 버려지는 쓰레기들인데, 그걸 가끔씩 주워 치우기도 한다. 딴에는 그게 대장천을 위한 나만의 조그만 봉사이기도 하다. 쓰레기들이 버려진 곳이 좀 얄궂다. 하필이면 주로 꽃들이 피어있는 구석진 곳에 버려져 있다. 그 쓰레기들을 주워 치우는데, 문득 이쁜 꽃이 눈에 들어온다. 연분홍 가을꽃인 코스모스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에서 아, 가을이구나 생각에 꽃에 다가가려는데, 꽃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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暴炎, 하늘, 구름볼 거 리 2021. 7. 15. 15:59
덥다. 덥다. 무척 덥다. 이 더운 날, 그 중에서도 제일 무덥다는 한낮,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더위를 품고있을 듯한 하늘이어야 했다. 하지만 하늘은 푸르고 높다. 더위와는 무관하다는 표정마저 짓고 있다. 내가 보고 느끼는 더위. 그러면 카메라의 눈에 더위는 어떤 모습일까, 사진을 찍었다. 이상하다. 사진 속엔 더위는 없다. 오히려 가을이 기웃거리고 있는 모숩이다. 마음이 성급하면 사진도 그러는 것일까.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 하늘에 걸렸고, 아파트에도 걸렸다. 태양을 머금은 구름은 뭉게스럽지 않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안긴다. 문득 박두진 선생의 싯귀가 떠오른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 여릿 내게로 온다..." 이 무더운 날, 찌는 듯한 대기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