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거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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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곡 대장천변의 초여름 야생화들볼 거 리 2022. 6. 2. 11:49
오늘 아침, 모처럼의 능곡 대장천변 산책 길에서 만난 꽃들. 갖가지 초여름 야생화가 나를 반기는 듯 하다. 자주달개비, 물수레국화, 낮달맞이 꽃 등. 이 가운데 붉은 장미는 군계일학 마냥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언제 어디선가 마주치고 보았을 꽃들이겠지만, 장미꽃을 제하고 이들은 원래 내가 알던 꽃들이 아니다. 그러니 꽃이름을 알리도 없었을 것이다. 꽃이름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알아지고 있다. 꽃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나로서는 근자에 꽃이 새롭게 느껴지는 느낌을 갖는다. 꽃이 눈과 마음에 들어오면서,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습관처럼 돼 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별로 새로운 게 아니다. 나이를 먹어가니 그럴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상한 것도 아니니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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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마현화랑' 제상철 관장볼 거 리 2022. 5. 17. 14:23
4년 전 오늘, 그러니까 2018년 5월 17일 광화문 중학교 동기모임에서의 사진 한 장. 양수리 마현갤러리 제상철 관장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기억하기로,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서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제 관장은 이날 좀 어려운 노래를 택했다. 이수인 선생의 가곡 '석굴암'인데, 이 노래가 어렵다는 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노래가 서정적이면서도 묵직해서 부르기가 나로서는 쉽지않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노래로 보고있는 것인데, 물론 듣고 감상하는 건 다른 차원이다. 하지만 기실 그 날 그 자리에서 이 노래를 알만한 친구들이 몇 명이나 됐을까 싶다. 제 관장의 노래 부르는 모습 아래, 좀 머쓱한 표정을 짓고있는 한 친구의 표정에서도 그게 묻어나지 않은가. 제 관장이 나름 그 노래를 택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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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치과' 풍경볼 거 리 2022. 4. 16. 08:04
아침부터 치과를 갈까 말까로 마음을 썩이고 있는 와중, 눈에 들어온 사진 한 장. 1892년 이른바 치과의 한 풍경인데, 끔찍하다. 저건 치과치료가 아니라 중세시대 범법자를 고문하고 있는 모습과 진배없다. 환자 입에 치료기구를 무지막지하게 집어넣고 있는 사람은, 주변 진열대의 모습으로 보아 치과의사가 아닌, 지금으로 치면 무슨 편의점 주인 같다. 게다가 환자 머리에 동여맨 끈을 붙잡고 안간 힘을 쓰고있는 아이는 점원 같고. 사진 제목은 그래도 'A trip to the dentist back in 1892'이니, 명색은 그 시대의 치과, 그리고 치과의사인 것이다. 이 사진을 보니 치과 갈 생각이 사라진다. 그냥 약국에서 파는 약으로 때울까고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보는데, 올라와 있는정보들이 거의 대부분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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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공원 청거북이들의 '봄나들이' 外볼 거 리 2022. 4. 11. 12:09
○... 오늘이 무슨 날인가. 일산 호수공원에 살고있는 청거북이들이 떼로 몰려 나왔다. 자연호수 쪽 수면의 바위들에 삼삼오오 옹기종기들 모여들 앉아있는 것이다.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이라 그럴 것이다. 그들도 갖은 꽃들이 화사하게 핀 호수공원의 따뜻한 햇볕아래 일광욕도 하면서 봄나들이 나오고 싶었을 것인데, 그래서인지 앉아들 있는 모습이 흡사 ‘사람구경’을 하면서 재잘대고있는 모습이다. 하기야 사람들도 옹기종기들 모여앉아 봄을 즐기고 있으니, 봄날 호수공원에서는 굳이 청거북이와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 같으다. 말하자면 大同의 봄날이랄까. ○... 봄꽃은 외유내강일 수도 있겠다. 연약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이면에는 무르익어갈 때 무리지어 폭포수같이 무섭게 흘러내리는 강인함이 엿보인다. 오늘 호수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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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Jaws of Death)'볼 거 리 2022. 3. 31. 14:05
오늘 아침 페이스북 'Historic Photographs' 그룹에서 올린 한 장의 사진.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해안으로 오르고있는 연합군 병사들의 모습으로, 사진제목이 '죽음 속으로(into the jaws of death)'이다. 사지를 향해 허둥지둥 달려가고 있는 저 때의 그 심경들이 어쨌을까. 사진 위 죽음의 그림자마냥 펼쳐진 미명 속 검은 어둠은 죽음의 손짓 같다. 사진제목의 '죽음의 문턱' 즉, 'jaws of death'라는 관용구를 보니 그걸 실감해 보았던 옛날이 생각난다. 1995년 10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프로펠러) 속에서 겪었다. 비가 내리는 최악의 기상상황에서 난기류(turbulence) 속에 휘말린 것이다. 4, 50분을 그야말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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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童心)의 와인(wine), 그리고 브레송(Bresson)볼 거 리 2021. 12. 13. 17:18
큰 병에 든 와인을 들고가는 어린 소녀. 앙리 까르티에-브레송(Henry Cartier-Bresson)의 사진이다. 어제 글로벌 SNS에 올려진 흑백사진으로, 사진에 제목이 붙어있다. 'Italy Rome, 1950.' 1950년 이탈리아 로마의 한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만 간락히 밝히고 있는데, 더 구체적인 부연 설명은 없다. 그냥 보고 느끼라는 묵시감을 안긴다. 하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큰 병에 든 와인은 묵직하게 보인다. 소녀는 그것을 두 팔로 보듬 듯이 들고 간다. 좀 무겁게도 보인다. 그럼에도 소녀의 발걸음은 가볍다. 오른 쪽 신발이 벗겨진 것도 모르는 듯 소녀는 와인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다. 저 와인을 설마 소녀가 마시려고 저 큰병의 와인을 들고가는 건 아닐 것이다. 아버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