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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꽃들landscape 2022. 6. 10. 13:46
이번 지리산 산행에서 하나 아쉬웠던 건, 꽃들 보기가 쉽지않았다는 점이다. 지리산은 주지하다시피 각종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특히 이즈음 세석평전은 奇花奇草의 초여름 야생화들로 현기증이 날 지경인데, 물론 우중에다 강풍의 고르지 않은 날씨였기에 활짝 핀 꽃들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꽃들이 너무 빈약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나마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건 산목련이다. 함박꽃이라고도 부르는 산목련은 특히 노고단을 지나 반야봉 인근에 드문드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병꽃들도 이따금 씩 보였는데, 활짝 꽃을 피운 건 그리 흔치 않았다. 함박꽃과 붉은 병꽃을 접하면 한 사람이 떠올려진다. 지리산을 함께 많이 다녔던 친구, 故 이주흥 변호사다. 이 친구는 어느 해 여름 산행에서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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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벚꽃landscape 2022. 4. 7. 13:43
서촌 쪽에 볼 일이 있어 나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경복궁이다. 그러니까 항상 약속시각보다 좀 넉넉하게 잡아 나간다. 경복궁역 5번 출구로 나가면 고궁박물관이 나오고 바로 경복궁이다. 고궁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공사 중이었다. 멀쩡한 통로로 보이는데, 공사를 한다는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아마도 5월 9일 윤석열대통령 정부 취임과 함께 있게되는 청와대 개방과 관련이 있는 것인 줄 모르겠다. 이건 내 추측이다. 통로 공사로 인한 어수선하고 복잡한 와중을 벗어나 경복궁으로 나왔을 때, 눈에 확 들어오는 그 무엇이 있었다. 화사하게 핀 벚꽃이었다.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담장 곁의 벚꽃나무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 많지않은 벚꽃들이 봄을 맞아 일제이 화사하게 꽃을 피우니 경복궁 전체가 봄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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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대화천(大化川)'landscape 2021. 11. 25. 13:23
고양 일산지역에 산지 근 30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다. 넓디 넓은 고양 땅을 아직 잘 모른다는 얘기다. 나는 지금 살고있는 능곡과 그 이전 살았던 후곡마을을 제하고는 고양 지리를 잘 모른다. 기껏 나가서 간다고 해 봐야 호수공원이나 고봉산 정도다. 고양 일산 지리에 어둡다는 건, 일단 대화 역 그 너머의, 그러니까 서구지역은 그야말로 나에겐 미지의 땅이라는 말과 통한다. 대화 역 너머는 여즉껏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곳에 킨텍스도 있고, 고양종합운동장 등도 있는데 말이다. 이번에 '고양시니어클럽' 쪽 일을 하면서 의외로 고양 일산지역의 여러 곳을 많이 알게됐다. 내가 살고있는 능곡 인근의 대장천(大壯川)도 알게됐고, 대장천의 자연습지도 그 덕에 많이 가봤다. 그저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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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題(3) - 송악산 올레길landscape 2021. 11. 18. 14:47
제주도를 가는 목적이 다양하고 여럿일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한라산 등반일 것이다. 우리들도 물론 그랬다. 그러니 한라산 등반 외의 다른 일정은 소소한, 그리고 끼워넣기에 불과하다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정이 예상 외의 재미와 가치를 발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제주 여행에서 알았다. 제주에 송악산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가 그랬다. 일정을 짠 친구는 물론 알고있었을 것인데, 아무튼 그 친구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산이었다. 송악산은 산이다. 높은 산은 아니다. 물론 한라산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산이기에 송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인데, 이번에 가서 느낀 건 산이라기 보다는 걷기에 산길과 전망이 아주 좋은, 제주 특유의 오름같은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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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題(2) - 漢拏山 백록담 등정landscape 2021. 11. 8. 07:00
결과적으로 한라산 백록담 등정을 마치고 내려온 지금 생각을 해보면 무리였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애시당초 우리들이 백록담을 오르기로, 그것도 가장 힘들다는 성판악을 기점으로 한 산행을 계획한 것부터가 그랬다. 70줄 나이들의 우리들이 왜 그런 무모한 계획을 세웠던 것일까. 여기에는 뭔가 이성적으로 엮여져야 하는 서로들의 생각이 다소 감정적이었던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나왔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들 중의 하나로 백록담 등정을 꼽느니 마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빠져버린 것이다. 좀 장황해졌지만, 이 말을 우선 꺼낸 것은 그만큼 우리들의 한라산 백록담 등정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우리들은 새벽부터 성판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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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阿且山) 산행landscape 2021. 9. 25. 14:53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張大했다. 어제 아차산 산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그 인근에 사는 두 친구의 초청으로 아차산 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그저 동네 앞산 정도 오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평탄한 산길을 오르면서 느낌이 바뀌었다. 산길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게 걷기에 아주 좋은 산이라는 것. 특히 조망이 좋았다. 오르면서 만나는 몇몇 망루에서 바라다보는 서울의 풍경이 좋았다. 특히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한 푸른 하늘의 서울은 참으로 아름답고 거대하면서 서울이 왜 서울인가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산등성이에 구축되고 조성된 옛 삼국시대의 堡壘들에서는 그 시절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우리들은 산 정상 부근에서 하 교수가 준비해온 먹거리들로 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