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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北漢山 산행즐거운 세상 2021. 12. 26. 15:06
아침 온도 영하 15도. 엄동혹한의 북한산 산행이다. 불광동 장미공원에서 탕춘대 암문 쪽 둘렛길을 오른다. 추운 날씨 탓에 산행객이 드문드문 하다. 데크길을 오르는데, 추위 때문에 잔뜩 움추려진다. 배낭 대신 숄더 백을 걸쳤다. 며칠 전 온 눈으로 산길이 미끄러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이젠을 챙겼다. 하지만 산길은 미끄럽지 않았다. 눈도 그 사이 다 녹았다. 하늘은 파란 에머랄드 빛이다. 강추위 속의 하늘은 흡사 파란 유리쟁반 같다. 손가락으로만 톡 쳐도 "쨍그렁!"하고 깨질 것 같다. 탕춘대 암문엔 약속시간보다 20여분 일찍 도착했다. 여기서 상명대에서 올라오는 친구들과 합류한다. 추위 때문에 20여분을 기다릴 수가 없다. 친구들에게 먼저 오른다는 메시지를 띄우고 홀로 오른다. 친구들과는 예전 매표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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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대구湯먹 거리 2021. 12. 23. 07:19
어제는 날씨가 꽤 추웠다. 친구를 불러내 어디 뜨끈한 우족탕 잘 하는 집에서 낮술이 먹고 싶었다. 한 친구는 금새 나의 제안에 넘어 갔다. 상도동 사는 또다른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무슨 우족탕이냐 한다. 그 때 퍼뜩 생각난 게 삼각지 대구뽈데기탕이다. 그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무슨 삼각지냐고 한다. 그럼 어디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나자 한다. 그래서 저녁 무렵 수산시장에서 만났다. 먼저 도착한 상도동 친구는 이미 중짜 크기의 대구 한 마리를 사다 '미자식당'에 맡겨놓고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식당에 가면서 싱싱한 해삼을 몇 마리 샀다. 대구는 지리탕으로 주문해 놓고 있었다. 해삼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엄청 큰 스텐양푼에 초벌로 끓여진 대구 지리탕이 나왔다. 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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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山의 '명歌手'들내 고향 馬山 2021. 12. 22. 10:40
"오동추야 달이밝아/오동동이냐..."로 시작되는 '오동동타령'은 1950년대 마산의 멋과 풍류를 대표하는 대중가요다. 6.25전쟁의 상흔으로 음울하던 당시, 밝고 신나는 민요풍의 이 노래는 전 국민의 시름을 달래며 전국적으로 선풍을 일으켜 마산을 전국적으로 크게 알리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이 노래 글을 지은 여인초도, 곡을 만든 한복남도, 노래를 부른 황정자도 마산 사람은 아니지만, 이 노래 하나로 마산과 연을 맺고 우리나라 가요사에 짙은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이 노래는 제목 그대로 마산의 낭만과 멋이 가득 담긴 노래지만, 이와 더불어 마산 출신으로 우리나라 대중가요 에 이름을 남긴 예인들도 꽤 있다. 반야월(1917-2012)은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나라 가요사에 이름을 떨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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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독(The Power of the Dog)'이라는 영화컬 렉 션 2021. 12. 19. 10:29
'The Power of the Dog.' 넷플릭스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미없다고 하니 친구가 권한 영화. 그러나 보고나니 헷갈리는 영화다. 친구가 재미있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 공감을 해줘야하는데, 망설여진다. 나로서는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고 영화를 본 후 리뷰를 몇 개 읽어보니 비로소 '파워 오브 독' 이 영화가 무척 난해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를 영화감상의 최고로 치는 나의 관점에서는 그래서 재미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제목 등을 통해 느껴지는 선입감이 있다. 'dog'가 들어가길래 나는 무슨 개에 관한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고, 내 선입관이 거기서부터 틀어지니 영화가 재미있을리가 없었다. 이 영화는 이런 측면에서 보는 관객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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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 영화보기세상사는 이야기 2021. 12. 17. 12:29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이른바 '집콕'의 여파가 깊어진다. 집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집에서 하는 일이라 해봤자, 뭘 보는 것, 아니면 혼자 술마시기 등의 '혼술,' 뭐 이런 것밖에 더 있겠는가. 아내와 더불어 단둘히 사는 나이먹은 처지라 더욱 그렇다. 이런 처지에서는 아무래도 뭘 보는 것에 치중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보는 것은 다양하다. 책도 있을 것이고 신문이나, TV도 그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제는 책이나 신문 등의 뭘 읽기는 시력이나 척추 등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결국 소파에 앉아보는 TV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TV도 매일 보는 뉴스도 그렇고 딱히 볼만한 게 별로 없다. 무슨 '미스트롯'이나 하는 대중가요 프로도 식상감이 든지 오래다. 이런 식상감을 그 나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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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宋復) 연세대 명예교수사람 2021. 12. 15. 10:38
송 복(宋 復) 선생, 오랜 만에 지면으로 뵙는다. 어제 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 나오셨다. 나는 2013년 6월 선생을 인터뷰했고 그 후 뵙지를 못했다. 어제 기사에 연구소가 불광동이라고 하니, 자택이 있는 불광동에 여전히 살고계신 듯 하다. 2013년 그때 인터뷰는 선생이 동갑내기 아내인 河경희 여사와 함께 갖는, 이색적인 ‘부부 서예전’을 앞두고 가진 것이다. 수수한 차림으로 묵향 가득한 자택 서재에서 따뜻하게 맞아주던 그때가 생각난다. 선생의 정치.사회.문화.남북관계 등 다양한 부분의 현상과 문제점을 보는 시각, 그리고 다방면에 걸친 지적인 깊이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동서를 넘나드는 그 폭과 깊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까지도 약주를 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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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童心)의 와인(wine), 그리고 브레송(Bresson)볼 거 리 2021. 12. 13. 17:18
큰 병에 든 와인을 들고가는 어린 소녀. 앙리 까르티에-브레송(Henry Cartier-Bresson)의 사진이다. 어제 글로벌 SNS에 올려진 흑백사진으로, 사진에 제목이 붙어있다. 'Italy Rome, 1950.' 1950년 이탈리아 로마의 한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만 간락히 밝히고 있는데, 더 구체적인 부연 설명은 없다. 그냥 보고 느끼라는 묵시감을 안긴다. 하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큰 병에 든 와인은 묵직하게 보인다. 소녀는 그것을 두 팔로 보듬 듯이 들고 간다. 좀 무겁게도 보인다. 그럼에도 소녀의 발걸음은 가볍다. 오른 쪽 신발이 벗겨진 것도 모르는 듯 소녀는 와인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다. 저 와인을 설마 소녀가 마시려고 저 큰병의 와인을 들고가는 건 아닐 것이다. 아버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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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본 Leica, 그리고 '회장님'村 學 究 2021. 12. 12. 12:51
어떤 노인 분이 만나자길래 갔다. 왜 나를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그 분 사무실엘 갔더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젊은 학생으로 보였다. 그 분은 나더러 곁에 앉으라고 했을 뿐, 그 학생을 소개시키지는 않았다. 테이블에 웬 낡은 듯이 보이는 카메라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라이카를 오래 만져온 나로서는 한 눈에 봐도 어떤 카메라인지 알 수가 있었다. 라이카(Leica)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렌즈를 본체에 나사처럼 돌려 끼우는, 스크류 마운트 타입(screw mount type)의 IIIF 라이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이 낡았다. 낡은 카메라 본체에 비해 렌즈는 비교적 깨끗해 보인다. 렌즈도 어떤 건지 대강 눈에 들어온다. 그 렌즈는 Red-scale Elmar 50mm. 나로서는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