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나 대북정책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본 건 정말 오랜 만이다. 이 분야를 말석이나마 한때 파고들었던 처지로 말하자면, 나는 지금 이와 관련하여 돌아가는 정세나 형세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 전망 등에 스스로 헷갈리기 일쑤다. 여러가지로 분명하고 뚜렷하지 않고 두리뭉수리하다는 점에서다.
오늘 세미나는 곧 들어서게되는 윤석열 정부와 관련하여 지금까지의 통일 및 대북정책을 평가하면서 새 정부의 정책이나 구상을 전망하고 제안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발제를 하신 면면들도 윤석열당선자의 인수위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를 갖고 계시는 분들이다. 여러가지 좋고 바람직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원래 세미나라는 게 그런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나름 경청했다.
그런데 나로서는 좀 답답한 점이 하나 있었다. 새 정부의 정책이 특별한 사정과 변동이 없는 한 과거 정부의 것을 토대로 한다는 건 일반론이다. 그러니 대강의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게 발제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나로서는 이 점이 수긍되지 않았다. 세 분 발제자들의 주장 속에는 문재인 좌파정권을 포함한 과거 진보정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들이 숱하게 많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론적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그것들, 특히 문재인 정권의 정책을 - 물론 선별적이라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 계승할 것이라는 쪽으로 마무리되는 게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대북정책, 그리고 그에 바탕한 남북관계는 정권 차원에서는 어떠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실패, 그것도 참담한 실패로 봐야한다.
물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나 김준형 전 외교원장 같은 친문 쪽 사람들의 견해는 완전히 다른 것이지만, 여러 객관적인 팩트도 그렇고 미국이나 일본도 완전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좀 다른 측면으로 말하자면 문재인 정권 5년의 대북정책은 그 자체가 아예 실종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끌려다니는 굴종의 상하관계였기 때문이다.
오늘 세미나도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의 객관적이고 올바르고 확실한 평가를 바탕으로 진행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세미나 말미 질의응답 시간에 나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이 자리에 취재기자들도 있습니다. 기자들 기사 좀 쉽게 쓰기 위한 야마 하나 던져주는 차원에서,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에 관해 이러쿵 저러쿵 두루뭉실한 것보다 실패냐 성공이냐 그 양단의 하나를 확실히 정해 말씀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