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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사고가 났다.
어제 아침 10시경, 2호선 삼성역 부근이다.
잠실 쪽으로 가야할 차가 강남역을 지나 역삼역 조금 못 미쳐서 멈췄다.
나는 선릉역에서 내려야 한다. 얼추 다 왔다고 준비를 하다가 당한 것이다.
조금 있다 가겠지.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차는 그대로 멈춰 서 있다.
정지된 지 얼마 후 안내방송이 나온다.
앞서가는 차와 운행속도를 조절키위해 잠시 멈춰 운운.
5분 정도 지나는 동안 그런 멘트가 몇번 나왔다.
정지된 상태는 계속돼 10여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출근시간을 좀 넘긴 시간이지만 그래도 아침시간, 모두 바쁜 사람들이다.
안내방송이 그 때 또 나왔다.
앞서가던 선행차에 문제가 있어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
해결되는 대로 떠나겠다. 차가 지연되어 죄송 운운.
그리고는 앵무새처럼 이 멘트를 반복한다. 느긋하게.
그러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 20여분을 지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전화를 꺼내 연락들을 취한다.
웅성거림은 더 높아진다. 웬일인가.
사고는 무슨 이유인가. 차는 언제 갈 수 있는가.
어느 누구도 모른 채, 갑갑한 지하철 안에 갇혀있다.
안내방송이 또 나온다.
선행열차가 삼성역 부근에서 고장으로 멈춰있다는 것.
따라서 지하철 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
사고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운행이 어려울 것이라면 그 게 어디 예사로운 문제인가.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저 선행차가 고장이 나 운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짜증들이 나기 시작한다.
무슨 방송이 저러냐. 그러면 이 상태로 갇혀 있으라는 것인가.
승객들의 답답한 짜증과 관계없이,
같은 내용의 안내방송이 몇 차례 더 계속된다.
방송하는 직원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멱살잡이라도 생겼을 것이다.
사고 이유와 해결 예상 소요시간, 아니면 어떻게 할 것이고,
어떻게 대처하라는 대책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시간은 30여분이 지나고 있었고,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짜증과 부아가 치솟아 갈 무렵,
그제서야 업데이트(?) 된 방송이 나온다.
미안하다는 것.
운행이 불가능하니 차를 역삼역에 대겠다.
거기서 다른 교통편을 찾아보라는 것.
그런 방송을 해 놓고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5분 여가 지났을까. 차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그런데 역삼역 방향이 아니다. 강남역으로 가고 있다.
우리들은 결국 강남역에서야 지하철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강남역은 일대 아수라장이 돼 있다.
상황이 그런대도 사람들은 줄을 서서 차를 기다린다.
안내방송은 앞서 전철 안에서와 같은 류의,
그 앵무새같은 방송을 되풀이하고 있고.
오늘 아침 뉴스에 사고 원인이 나왔다.
전기배선이 낡은데다 부하가 걸려 전기가 나갔다는 것이다.
교체시기가 이르고 운운하는 지하철 사람들의 변명이지만
대중교통에서 그 게 말이 되는 것인가.
점검을 잘 했더라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그 건 그렇고 그런 일이 생기면 안내방송이라도 좀 잘 해줬으면 한다.
안내방송이 상황보다 늦게, 혹은 그 것과는 딴판으로 나온다. 항상 그렇다.
상황이라도 제때에 파악해 잘 알려주는 것 만으로도 지하철에 갇힌 사람들의
갑갑증과 짜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말을 좀 조리있게 잘 하는 직원들이 그 일을 맡았으면 한다.
말도 못하고 어법도 서투른 직원들이 안내방송을 하면 정말 짜증스럽다.
비단 지하철 뿐만 아니다. 민간을 대상으로 한 공공기관 모두가 그랬으면 한다.
공공기관 대민 서비스의 덕목의 하나로,
'잘, 그리고 바르게 알려주는 일'도 포함돼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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