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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등포 '철자 모임'
    세상사는 이야기 2019. 4. 9. 09:54

    선배와 친구들과 '철자 모임'을 갖는다. 말 그대로 이름에 '철'자가 들어있는 선배. 친구들과의 모임이다.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다. 제 철 선배와 동기인 감철희 여사, 김 철, 윤철원 그리고 나다. 우리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임을 갖는다. 모임이래야 별 거 아니고 그저 만나 술 한잔 씩 나누는 것이다. 얼추 지난 해 4월부터였으니까 지금 껏 꽤 많은 모임을 가졌다. 영등포에서들 만난다. 제 철 선배 사무실에 영등포구청 역 인근에 있고, 또 그 쪽에 맛있는 집들이 있기 때문이다. 몇 군데서 만나다가 근자에는 아주 고정적인 집을 정해놓고 만난다. 구청 역 뒷골목에 있는 '고흥골'이라는 주점이다. 고흥 출신 자매가 하는 이 식당은 전통적인 남도 풍의 음식이 맛깔스럽다. 특히 제철에 나는 생선을 그 때 그 때 장만해 주기도 하는데 제 철 선배의 밥집이기도 하다.

    모임에 옵서버도 있다. 백한식과 주춘돈 선배다. 제 철 선배와 동기 분들인데, 우리들은 따로 그 선배들을 '準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4월은 6일에 만났다. 춘돈 선배 한 분만 빠졌다. 백부 제사였기 때문이다. 한식 선배는 거의 마산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날 모임을 위해 마산서 올라오셨다. 가랑비가 좀 내리고 꾸무적한 저녁이라 술 맛이 났다. 다들 막걸리를 마셨고, 나만 소주를 마셨다. 좀 늦게 후배가 한 명 합류했다. 백승유라는 후배인데, 고등학교 기수로 28년 아래니 아들 뻘되는 후배다. 한식 선배가 같은 백 씨라고 귀엽게 여기는 만큼 궂은 일 마다않고 선배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있는 후배다. 결혼 청첩장을 갖고 왔다. 한달 후에 식을 올린다는데, 광주 분이 피앙세라고 했다. 모두들 축하해 주었다. 후배가 나만 홀로 소주 마시는 걸 보고는 자기도 소주를 자청했다. 그래서 둘이서 소주를 마셨는데, 서너 병 마셨을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이 없는 것은 막판에 결국 취했다는 것 아니겠는가. '고흥골'에서 만나는 날은 '철자 모임' 뿐 아니라 따로 별도로들 만날 때도 항상 취한다. 그래서 나올 무렵 기억이 거의 없다. 동생되는 주인이 농담을 한다. 지난 번 식당 앞에서 엎어졌대요 한다. 나는 아니라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다. 기억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을 뿐더러 모두들 그랬다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막판에 기억을 살려야 한다며 마음먹고 마시지만 그렇게 될 때가 없다.

    이 것 하나는 기억에 있다. 술이 거나하게 올랐을 때 용변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다말고 길가로 나왔다. 영등포 구청 쪽은 짙은 운무에 쌓여 있었고, 간간이 이슬비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문득 오기택이가 부른 '영등포의 밤' 노래가 생각났다. 한참을 그 노래를 읊조리며 영등포의 밤 길가에 서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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