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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極右'인가
    세상사는 이야기 2019. 5. 25. 20:35

    엊저녁 모처럼 가진 후배와의 술 자리가 이상하게 끝났다. 논쟁이 좀 험악하게 되다가 급기야는 그 상태로 파장이 됐다. 후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후배를 달랠 수도 없고 몇 마디의 대꾸로 그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 둘다 말 없이 함께 걸어 나오다 어느 지점의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내가 그저 막연히 하고픈 어떤 일을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것은 그 후배가 무슨 일을 하고파하는 것에 대한 반응적인 말이었다. 미디어 평론을 해 보고 싶다고 한 것이다. 후배로부터 느닷없이 이런 말이 돌아왔다. 형님은 너무 '극우(極右)'라서 안 됩니더. '극우'라는 말에 내가 좀 발끈했다. 내 성향은 우파다. 나는 그걸 자부하고 언행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보기에 약간 극단적으로 흐른다는 얘기도 듣는다. 지인들로부터 농담삼아 하는 자리에서 듣는 얘기다.

    후배와의 술 자리도 언제나 그러하 듯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게 시작됐다. 그러다 얘기가 정치 쪽으로 흐르면서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급기야 나더러 '극우'라는 라벨링(labelling)을 한 것이다. 아마도 후배는 평소에도 나에게 그런 라벨링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후배 말에 일리는 있다. 미디어 비평을 하려면 보수 우파 미디어와 함께 진보 좌파 쪽 미디어에도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데, 나는 좌파 미디어를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것이다. 후배 말에 나는 우파적인 시각에서 비평을 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응수를 했는데, 후배는 그에 이상하게도 좀 신경질 적으로 반응을 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져 간 것이다. 후배는 그러다 그 날 내가 어떤 SNS에 올린 글 하나를 지적하고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와 관련해 나는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쓴 글이다. 요지인 즉슨, 추모식이 열린 봉화마을에 나부낀 캐치 프레이즈에 '사람사는 세상'이라고들 적혀있어 그게 '노무현 정신'인 줄 이해하고 있다. '사람사는 세상'이라면, 그 핵심은 사람이 중심인 인본사상일 것이다. 그러면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그 이유가 어떤 것이든 자살로 세상을 마감했다. 그건 그의 '사람사는 세상'에 견주어 언행일치에 배치되는 것이지 않은가. 그래서 '노무현 정신'이 어떤 것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내 말에 후배는 분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술 탓으로 여기려 했다. 그러면서도 설마 별 일이야 있겠는가고 지켜보면서도 내 할 말은 이어갔다. 노 전 대통령이 왜 죽었는가에 대한 부분에서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후배는 격분하기 시작했다. 640만 불 얘기에 후배는 잔을 던질 기세로 나왔다. 그렇게 해서 술판은 완전 파탄이 된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결국은 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본 것에 후배는 격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면서 나에게 '극우'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노 전 대통령을 그렇게 보는 시각이 '극우'일까. 아니면, 한겨레 신문을 신문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게 '극우'일까.

    나에게 묻고있다. 나는 '극우(extreme right)'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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