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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사는 이야기 2019. 6. 14. 12:14

    아파트 현관 문을 누군가 탕, 탕! 친다. 문을 열었더니 나이도 얼마 안 먹은 듯한 중년이 눈을 부라리며 말 하는데, 어깨에 찬 빨간 완장이 눈에 들어 온다. 뭐 하고 있느냐. 빨리 인민반 교육에 참석하지 않고. 인민반 교육이라니요? 했더니, 이 양반 아직 물이 안 빠졌구나 하며, 신발 신은 그대로 집으로 들어오려 한다. 어떻게 겨우 수습을 하고 웬 일인가고 망연해 있는데, 또 누가 문이 부서지도록 두다린다.

    이번엔 새파란 젊은 청년이다. 역시 어깨에 붉은 완장을 찼다. 왜 빨리 소조교육에 안 나오느냐는 것이다. 소조교육이라니? 했더니 3대혁명소조교육도 모르냐고 닦아 세운다. 머뭇거렸더니 옷 갈아입을 시간도 주지 않고 잠옷 입은 그대로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밖으로 끌려가듯 나갔더니 아파트 입구에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면서 길게 서 있다. 나처럼 끌려나온 사람들이다. 줄 주변에 깃발들, 온통 붉은 색 깃발들이 나부낀다.

    어젯 밤에 꾼 꿈이다. 신동엽 시인의 책을 보고 잤더니 이런 꿈을 꿨다. 신동엽 시인의 어떤 시에 남북한 무기들이, 남쪽 것은 내려 와 바다를 건너 서귀포 밖, 북쪽 것은 두만강 밖으로 가서 제각기 사라져 버리더라는 꿈을 꿨다는 게 있는데, 내 꿈은 왜 이런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요새는 돌아가는 정세가 그런지 새벽 잠에서 깨 뉴스 보기가 두려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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