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민, 방파제 정박해 '북에서 왔다, 휴대전화 빌려달라'
합참 "北어선 탑승 어민 4명 중 2명은 귀순, 2명은 북 귀환"
11일엔 속초 앞바다서 北어선 표류… 軍, 그땐 구조상황 대대적 홍보 - 우리 해군 함정이 지난 11일 강원도 속초 동북쪽 161㎞ 해상에서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이던 북한 어선을 구조한 뒤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줄에 매달아 끌고 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지난 15일 동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 1척은 강원도 삼척항 앞바다가 아닌 삼척항 부둣가에 정박한 상태로 우리 주민에 발견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북 어선에 탄 어민은 우리 주민과 대화를 나눴고, 일부는 부두로 상륙해 돌아다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어선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도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조업중인 어민이 아니라 부둣가 주민이었다. 북 어선이 삼척항까지 떠내려와 정박하도록 군·경의 감시망이 포착하지 못한 것이어서 해상 경계가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 어선은 지난 15일 오전 6시 50분쯤 발견됐다. 당시 군은 해경으로부터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이 발견됐다는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 어선과 관련한 설명을 하면서 '방파제' 관련 부분은 설명하지 않았다. 또 북 어선이 삼척항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처음 식별됐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어선이 발견된 삼척항 인근에서 NLL(북방한계선)까지 최단거리는 130km라고 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한 어선이 발견된 삼척항 방파제 근처에서 NLL까지 최단거리가 130km였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북한 어선을 발견해 신고한 사람은 삼척항에 있던 주민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조업 중인 어민이 북 어선을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삼척항은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복귀해 북적이는 상황이었다. 삼척항 내 방파제 부두 암벽에 북한 어선이 정박해 있어서 우리 측 어민이 이 선박을 향해 "어디서 왔느냐"고 하자 "북한에서 왔다"는 답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주민이 "북한 말투를 쓰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며 112신고를 했고, 주민 신고가 강원경찰청 112상황실로 접수돼 상황 요원이 삼척경찰서 상황실과 관할 지구대로 통보했다. 이와 동시에 동해 해경 삼척파출소에 통보됐으며, 출동 요원들이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 어선에 선원 4명이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해경은 신고된 지 40여분 뒤인 오전 7시 30분쯤 삼척항 인근에서 경비 활동 중이던 50t급 함정을 이용해 북한 어선을 보안 유지가 용이한 동해항으로 예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선원 중 일부가 육지로 내려와 우리 어민에게 북한 말씨로 "북에서 왔으니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어민들이 우리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는지, 또 해당 북한 어선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이 방파제 인근에 있던 어민이었는지 등 구체적인 표류 경위와 신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 군 당국은 "조사 중"이라며 "정부합동심문이 조사중이어서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합참은 군·경의 감시망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소형 목선은 일부 레이더 탐지가 제한되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 목선은 파고보다 낮고 기동이 없어 군 레이더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고 했다. 어선 발견 당시 동해상의 파고는 1.5∼2m였던 반면 북한 어선은 높이 1.3m, 폭 2.5m, 길이 10m여서 레이더에 미약하게 포착됐다는 것이다. 합참은 또 "만약 빨리 움직이는 표적이었다면 식별할 수 있었다. 당시 레이더 감시 요원들은 최선을 다했고, 특별한 근무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소형 목선이 NLL을 넘어 삼척항 부두 근처까지 접근하도록 군·경의 레이더 등에 포착되지 않은 것은 해안 감시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안 경계는 해군·해경의 해상 레이더와 육군의 해안 감시망이 '3중(重)' 감시하는데 어느 한 곳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경계 태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2012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노크 귀순' 사건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9·19 남북 군사합의로 해상 완충 수역이 설정된 것이 경계 약화를 가져온 것 아니냐고 했다. 9·19 군사합의는 우리 측 속초에서 북측 통천까지 약 80㎞ 해역을 완충 수역으로 설정하고 이 수역에서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 기동 훈련을 중지했다. 군 당국은 "해상 초계 작전 등 경계 활동엔 영향이 없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목선의 경우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북한이 어떤 형태로 침투해오든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북한을 은밀히 감시하고 물샐 틈 없이 본다는 의지가 약해진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한편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어민 4명 중 2명은 이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고, 나머지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혀 한국에 남았다.
[변지희 기자 zhee@chosunbiz.com]
합참 "北어선 탑승 어민 4명 중 2명은 귀순, 2명은 북 귀환"
11일엔 속초 앞바다서 北어선 표류… 軍, 그땐 구조상황 대대적 홍보 - 우리 해군 함정이 지난 11일 강원도 속초 동북쪽 161㎞ 해상에서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이던 북한 어선을 구조한 뒤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줄에 매달아 끌고 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지난 15일 동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 1척은 강원도 삼척항 앞바다가 아닌 삼척항 부둣가에 정박한 상태로 우리 주민에 발견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북 어선에 탄 어민은 우리 주민과 대화를 나눴고, 일부는 부두로 상륙해 돌아다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어선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도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조업중인 어민이 아니라 부둣가 주민이었다. 북 어선이 삼척항까지 떠내려와 정박하도록 군·경의 감시망이 포착하지 못한 것이어서 해상 경계가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 어선은 지난 15일 오전 6시 50분쯤 발견됐다. 당시 군은 해경으로부터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이 발견됐다는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 어선과 관련한 설명을 하면서 '방파제' 관련 부분은 설명하지 않았다. 또 북 어선이 삼척항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처음 식별됐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어선이 발견된 삼척항 인근에서 NLL(북방한계선)까지 최단거리는 130km라고 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한 어선이 발견된 삼척항 방파제 근처에서 NLL까지 최단거리가 130km였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북한 어선을 발견해 신고한 사람은 삼척항에 있던 주민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조업 중인 어민이 북 어선을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삼척항은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복귀해 북적이는 상황이었다. 삼척항 내 방파제 부두 암벽에 북한 어선이 정박해 있어서 우리 측 어민이 이 선박을 향해 "어디서 왔느냐"고 하자 "북한에서 왔다"는 답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주민이 "북한 말투를 쓰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며 112신고를 했고, 주민 신고가 강원경찰청 112상황실로 접수돼 상황 요원이 삼척경찰서 상황실과 관할 지구대로 통보했다. 이와 동시에 동해 해경 삼척파출소에 통보됐으며, 출동 요원들이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 어선에 선원 4명이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해경은 신고된 지 40여분 뒤인 오전 7시 30분쯤 삼척항 인근에서 경비 활동 중이던 50t급 함정을 이용해 북한 어선을 보안 유지가 용이한 동해항으로 예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선원 중 일부가 육지로 내려와 우리 어민에게 북한 말씨로 "북에서 왔으니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어민들이 우리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는지, 또 해당 북한 어선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이 방파제 인근에 있던 어민이었는지 등 구체적인 표류 경위와 신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 군 당국은 "조사 중"이라며 "정부합동심문이 조사중이어서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합참은 군·경의 감시망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소형 목선은 일부 레이더 탐지가 제한되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 목선은 파고보다 낮고 기동이 없어 군 레이더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고 했다. 어선 발견 당시 동해상의 파고는 1.5∼2m였던 반면 북한 어선은 높이 1.3m, 폭 2.5m, 길이 10m여서 레이더에 미약하게 포착됐다는 것이다. 합참은 또 "만약 빨리 움직이는 표적이었다면 식별할 수 있었다. 당시 레이더 감시 요원들은 최선을 다했고, 특별한 근무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소형 목선이 NLL을 넘어 삼척항 부두 근처까지 접근하도록 군·경의 레이더 등에 포착되지 않은 것은 해안 감시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안 경계는 해군·해경의 해상 레이더와 육군의 해안 감시망이 '3중(重)' 감시하는데 어느 한 곳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경계 태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2012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노크 귀순' 사건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9·19 남북 군사합의로 해상 완충 수역이 설정된 것이 경계 약화를 가져온 것 아니냐고 했다. 9·19 군사합의는 우리 측 속초에서 북측 통천까지 약 80㎞ 해역을 완충 수역으로 설정하고 이 수역에서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 기동 훈련을 중지했다. 군 당국은 "해상 초계 작전 등 경계 활동엔 영향이 없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목선의 경우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북한이 어떤 형태로 침투해오든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북한을 은밀히 감시하고 물샐 틈 없이 본다는 의지가 약해진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한편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어민 4명 중 2명은 이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고, 나머지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혀 한국에 남았다.
[변지희 기자 zh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