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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신을 당겨서 맞기로 하고 가족들이 대구 어머니 집에 다들 모였다.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 5, 6일 이틀 간을 운전하느라, 음식 장만하느라, 어머니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6일 서울 올라오는 길에 아내를 좀 유심히 봤더니, 완전 지친 얼굴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올바른 휴식도 안 된다. 고속도로에서 몇 번을 쉬어오는 과정이 그랬다. 잠이 온다며 눈 좀 붙이겠다면서도 이내 벌떡 일어나곤 했다.
나는 음주의 연속이었다. 4일 저녁 친구와 마신 술이 채 깨기도 전에 대구에서 다시 마셨다. 동생과 매제, 조카사위, 그리고 어머니, 여동생들과 어우러진 술 자리다. 속이 부대껴 안 들어갈 것 같던 술이 한 잔 술을 시동으로 또 들어가고 있었다. 소주를 마시다가, 조카사위가 가져온 발렌타인 위스키까지를 기어코 따서 마셨다. 그러다가 어떻게 잠 자리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눈을 뜨니 이부자리 속이다.
6일은 아침부터 부산하다. 진동을 간다는 것이다. 진동이라면 마산 인근으로 미더덕 주산지다. 미더덕 철도 아닌데, 왜 거기로 가는가고 물었더니, 생선회 먹으러 간다는 것이다. 생선회라면 다른 곳도 많은데 왜 하필 진동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나로서는 좀 집요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술탓이었을 것이다.
생선회를 먹는 자리에서 또 술 한 병을 시켰다. 아내의 시선이 고을 수가 없다. 딱 한 잔만 마셨다. 딱 한 잔이었지만, 그게 탈이었던 것 같다. 속이 또 부대끼기 시작했다. 대구로 오는 내내 속이 불편했다. 대구 어머니 집으로 오니 아내나 나나 완전 녹초다. 이런 상태로 또 서울로 올라갈 길이 막연했다. 하루를 더 자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곤했다. 하지만 아내의 출근 때문에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밤 8시 쯤에 고속도로를 탔다. 그렇게 해서 얼추 4시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했다. 집에 오기는 했어도 또 이상하게 잘 쉬어지지가 않는다. 뭔가 붕 들떠있는 듯한 느낌이니 그냥 멍하지 앉아있는 그런 상태로 새벽 1시를 넘기고 있었다. 어떻게 잠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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