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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철의 부실한 집, 그리고 부실한 마음
    세상사는 이야기 2019. 7. 26. 17:09

    아내는 일 터에 나가 있으면서도 신경은 집에 있는 듯 하다. 여러 단도리 질을 해 놓았는데도 마음이 안 놓인다는 것이겠지. 아내는 카톡 문자로 "괜찮아요?"라고 묻고 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우리 집은 이제나 저제나 비만 오면 걱정 쓰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집이 부실해 생긴 일 때문이다. 그래서 근년간 이즈음처럼 장마비가 억수로 내리는 매 장마철에는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집 때문에 마음이 날씨처럼 우울하다. 아내가 집을 나갈 아침 무렵부터 장마비는 주룩주룩 내렸다. 아내는 내리는 비를 보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용도실과 큰 아이 방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나갔다.

    몇 해 전 장마비 내리는 밤, 안방 책상 PC 앞에 앉았는데, 뭔가 둔탁하게 "꿍!"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서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느꼈다. 그게 지진 때문이라는 것은, 그 얼마 후 뉴스속보를 통해 남쪽 지방에서 큰 지진 일어났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려니 하면서 서재를 겸하고 있는 큰 아이 방엘 갔는데 방바닥이 뭔가 이상했다. 가만 보니 장판 틈 사이에서 물이 새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급한 김에 수건으로 닦아내고 신문지를 깔고 대처를 했는데, 물은 그치지 않고 새어 나왔다. 결국 그 날은 그 때문에 한 잠도 자질 못했다.

    그 후로 그 방은 비만 좀 왔다하면 물이 새 올랐다. 어느 때 아내와 좀 긴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방이 물바닥이 된 적도 있었다. 쌓아놓은 책과 각가지 물건 등이 물에 젖은 적이 한 두어번이 아니다. 물론 그런 상태를 그냥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인을 살펴보고 대책도 강구했다. 우선 방 아래 배수구가 샌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지어진지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 쪽 부분에 이상이 있다고 봤다.

    만일 그게 원인이라면 예사 일이 아니다. 우리 집 뿐만 아니라, 아래 집까지에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전제로 수리를 하자면 아래 집과 함께 해야할 일도 따른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는데, 그 얼마 후 다용도실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세탁기 놓여진 바닥에서 물이 새어 오르는 것이다. 그러니 집은 비만 왔다하면 완전 난장판이 됐다. 두 군데 물을 대야에 퍼 나르고 걸레를 줄창 빨아대야 했고 바닥에 깔 신문지를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기는 했다. 만일 배수구가 문제라면 분명 거기서 새는 물이 아랫 집으로 흘러내릴 것이다. 그러면 아랫 집이 가만 있을리가 없는데 그렇지가 않은 게 이상한 것이었다. 그러다 물이 새는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걸 안 건 지난 해 장마 때다.

    아내가 밖에서 들어오면서 무슨 장비 같은 걸 갖고 왔다. 실리콘이 어떻고 코킹이 어떻고 하는 장비다. 아내가 여기저기에 물어 봤다고 한다. 그랬더니, 아내의 한 후배로부터 아파트 외벽의 창문 틀 사이에 발라놓은 실리콘이 닳은 탓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그 후배는 자기 집도 그랬다면서 그 장비들을 챙겨주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며칠 후, 아내와 '작업'에 들어갔다. 아내는 용감했다. 아파트 11층 창밖에 몸을 내민 채로 실리콘 코킹 작업을 직접한 것이다. 나는 몸을 내민 아내 뒤에서 허리와 발을 잡았다. 누가 봤으면 참 우스꽝스런 장면이었을 것이다. 아내는 다용도실 외벽에도 실리콘을 새로 발랐다.

    아내 후배의 진단은 옳았다. 실리콘을 다시 바른 후 빗물은 거짓말같이 새지 않았다. 참 신기했다. 그렇지만 좀 믿기지가 않았다. 그만큼 집 빗물 새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그 후에도 아내와 나는 비가 오는 날은 웬일인지 신경이 곤두섰다. 그리고 서로 묻는다. 괜찮을까? 괜찮겠지.

    지난 6월부터 우리가 사는 아파트 재도장 공사가 있었다. 그와 함께 벽 보수작업도 있었다. 보수작업에는 아니나 다를까, 역시 실리콘 재도장 공사를, 원하는 가구에 한 해 신청을 받아 해 준다고 했다. 아내는 신청을 했다. 물론 나와 상의는 했다. 나는 아내가 고생을 한 실리콘 작업을 들먹이며, 그 작업 후 비도 새지 않으니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고 말을 했다가 이내 거둬 들였다. 하자. 무조건 하자. 그 공사도 끝났다. 그리고 처음 맞이하는 올해 장마철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불안해 한다. 나 또한 그렇다. 부실한 집은 손을 보면 괜찮아 질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리 될까하는 생각은 가시지 않는다. 마음은 아직도 영 부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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