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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겹살 사회학(?)
    먹 거리 2019. 7. 7. 17:59

    삼겹살 한 근을 샀다. 엉겹결이다. 동네 정육점의 청년주인이 우리 집 큰 아이를 많이 닮았다. 그래서 빈도는 적지만, 가급적이면 그 집에서 고기를 사려고 한다. 오늘 정육점 앞을 지나가는데, 그 청년이 가게 안에서 나를 보고 목례를 한다. 그걸 외면할 수가 없어 엉거주춤하다 들어가서 산 게 삼겹살이다. 그래, 삼겹살로 소주나 한 잔하자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나는 이빨 때문에 삼겹살에 박혀있는 오돌뼈가 싫다. 그거 없는 걸 달랬더니, 오돌뼈 없는 삼겹살은 없고 대신 오돌뼈를 발라 주겠다고 했다. 저도 이빨이 안 좋아요. 임플란트를 네 개째 하고 있어요. 청년은 묻지도 않았는데, 고기를 손질하면서 자신의 이빨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입을 벌려 보이기도 한다. 나는 삼겹살 먹다 오돌뼈 때문에 이빨을 다친 얘기를 해 주었다. 주인청년은 내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 오돌뼈 삼겹살 만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말을 보탠다. 오돌뼈 없는 삼겹살 만을 안 파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인데, 그래서 오돌뼈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일히 손질을 해 발라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오돌뼈 발라는 주는 게 특별히 나를 위해 그렇게 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온 삼겹살을 저녁답에 혼자서 구워 소주를 마셨다. 삼겹살을 소주 안주로 할 때는 어떤 기대감 같은 게 있다. 포만감이다. 상추에 고기와 마늘 등 여러 것들을 가득 싸서 한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는 것. 그런 포만감을 기대하며 먹지만, 그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기대 속에는 물론 맛이 포함된다. 포만감있게 맛 있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근자에 별 그렇게 먹지 못했다. 삼겹살을 그닥 많이 먹지않은 탓도 있을 것이지만, 아무래도 나이에 따른 입맛 탓인지 소주에 어우러지는 삼겹살 맛이 옛날 같지가 않다. 결국 술, 그러니까 소주 맛으로 삼겹살을 먹는 게 되는 것이다. 대충 삼겹살 반 근을 이런 식으로 먹었는데, 고기양은 그렇게 줄지가 않고 축나는 것은 술이다. 물론 그래봐야 기껏 한 병이지만.

    아내가 왔길래 삼겹살 얘기를 했다. 물론 삼겹살 먹은 흔적은 남기지 않았다. 아내는 혼자서 웬 삼겹살이냐는 핀찬이다. 몸에 댕겨서 그런다고 둘러댔지만, 나 스스로 민망해졌다. 콜레스테롤 약 먹는 처지를 깜빡한 것이다. 동네 정육점 얘기를 갖다 붙였다. 아내도 그 집 청년주인이 큰 아이와 많이 닮은 걸 안다. 아내는 말문을 돌린다. 삼겹살 값이 금값이라던데요.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살 적에 가격을 물어보지 않은 게 생각났다. 영수증을 꺼내 보았더니 17,800원으로 찍혀있다. 12,000원 정도인가 할 적에 사본 후 처음인데, 그 가격이니 올라도 많이 올랐다. 삼겹살이 서민 물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는 걸 어디서 본 적이 있어, 아내에게 그런가고 물었더니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하면서도 비싸구나, 비싸구나하면서 살짝 눈을 홀긴다.

    어쩌다 모처럼 먹은 삼겹살 때문에 이래저래 얘기가 많아졌다. 삼겹살 사회학이라고나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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