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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북한산을 올랐다. 문수봉에서 요기를 하려는데, 친구가 조그만 보시기에 담은 장아찌를 내 놓는다. 내가 좋아하는 가죽나물 장아찌다. 입맛이 다셔졌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친구가 이런 말을 한다. 요새 골치 좀 아프다. 상지대가 시끄러운데, 내가 사분위(사학분쟁조정위)에 들어가게 됐다. 친구는 그러면서 가죽나물을 가리킨다. 정말 가죽을 씹는 기분이다. 한마디 했다. 그 왜 맛있는 가죽나물을 나무라듯이 그러냐. 그러지 말고 가죽나물 맛있게 씹듯 자근자근 잘게 씹어, 싹이 다시 돋아나지 않도록 쾌도난마처럼 처리하거라.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다. 10여년 전 얘기다.
오늘 가죽나물 장아찌를 반찬으로 점심 밥을 먹는데, 그 친구 생각이 문득 났다. 역시 맛있는 먹거리는 그리움이다. 그저께 49재를 넘긴 친구는 이제 요단강을 건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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