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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의 맛 2題
    먹 거리 2019. 5. 22. 07:32

    모처럼의 고향 길은 마음이 설렌다. 그래서 자칫 끼니를 거를 수가 많다. 21일 고향 마산에 온지 두 째 날. 간밤에 마신 술 탓에 속이 더부룩하다. 친구들은 아침 일찍 숙소를 떠나 창포 쪽으로 구경을 갔다. 혼자 창동 거리를 거니는데, 친구로부터의 전화. 도시재생센터의 간사로부터 들은 얘기라며, 부림시장 안에 열무 비빔밥이 맛 있다. 그러니 나더러 '수배' 좀 해 놓으라 한다. 간사에게 연락을 했더니 부리나케(?) 나와서 반갑게 안내 해 준다.

    비빔밥 집은 부림시장 안의 각종 먹거리를 파는 간이 가게들 틈에 있었다. 간사 분이 주인 아주머니에게 몇 마디 귀띰을 하니 아주머니가 알았다는 눈치를 보낸다. 필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주무이, 고향 분들인데, 오랜 만에 고향에 와서 고향 맛을 보고 싶다고 하니 아주무이가 좀 잘 알아서...

    비빔밥이 나왔다. 게란 후라이와 깨소금이 조금 뿌려진 양푼 밥이 나왔다. 이어 몇 가지 나물이 담긴 보시기를 내 놓오면서 비벼 먹어라고 한다. 콩나물, 무우, 시금치 등 평범한 나물거리들이다. 하나 좀 특이한 게 있다. 톳나물 같기도 한데, 그보다는 좀 가늘고 색깔이 진한 갈색이다. 몇 점 집어 먹어 봤더니 맛이 묘하다. 꼬시래기라고, 해초의 일종이라고 했다. 그리고 작은 뚝배기에 담겨져 나온 된장과 열무김치. 그것들을 다 넣고 비볐다.

    칼칼한 입맛 탓에 어떤 맛일까고 기대를 하고 한 숫갈 크게 퍼 먹었다. 맵다거나 하는 강렬한 맛은 아니다. 그저 심심하면서도 뭔가 고소한 맛이 서서히 느껴지는 그런 맛이다.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진해진다. 어, 이거 옛날 엄마가 해준 비빔밥 맛인데... 한 친구가 한 입 가득 씹으며 하는 말이다. 곁들여져 나오는 시레기 국은 옛날에 먹던 고향 맛이다. 맛있게들 먹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진주 분이다. 진주라면 비빔밥의 고장 아닌가. 아주머니는 진주 식 비빔밥에 마산의 해초들을 가미해 그런 맛을 비빔밥을 조리해 냈다.

    비빔밥 맛도 그렇지만 떠들썩한 시장 분위기가 아주 정겹고 좋다. 뒤편 가게 주인 아저씨가 우리들 주고받는 말을 재미있어 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고향이 오랜 만인 모양이지예. 그렇다고 했더니 맛 있게 드시라며 풍성한 웃음을 보낸다. 이런 저런 말 끝에 국민학교 얘기가 나오면서 그 분이 나의 국민학교 1년 선배라는 걸 알았다. 한 해 위 선배들이 내 주위에 몇 분 계셔서 그 분 얘기를 했더니, 잘 안다고 했다. 아, 그 xx. 참 공부 잘 하고 똘똘했지예. 그라고 xx는 글을 참 잘 썼는데...

    고향에 있는 어릴 적 한 친구는 선창가에서 횟집을 한다. 친구들과 그 집을 가기로 하고 전화로 연락을 취했더니 바로 앞에서 얘기하듯 들린다. 누구 누구도 오고 누구 누구도 오제? 빨리들 오이라. 친구는 우리를 위해 푸짐한 상을 차렸다. 모두들 바닷가 출신들이라 생선회는 잘 안다. 그런 우리들을 위해 친구는 좀 특별한 생선회를 내 놨다. '노랑 가재미'라는 것인데, 대하기가 쉽지않은 생선이란다. 좀 가늘게 저민 생선회라 듬뿍 집어 입에 넣었더니, 부드럽고 졸깃졸깃한 게 웬간한 맛이 아니다. 얼마 들어오지 않는 물량인데, 마침 그날 아침 싱싱한 게 있어 받았다가 내 놓는다고 했다. 생선회에 곁들여지는 여러 반찬들도 맛 있다. 선배 한 분이 합류하면서 술판이 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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