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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風水
    세상사는 이야기 2019. 7. 27. 11:58

    나이를 먹어가니 이런 저런 소리에 귀가 얇아진다. 집 풍수를 둘러싸고 우리 집에 대해 어떤 분이 좀 심한 지적을 한 적이 있다. 대문, 그러니까 아파트로 얘기하자면 현관 문을 열었을 때 화장실이 똑 바로 마주치며 눈에 들어오는 집은 풍수 상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인데, 우리 집이 딱 그러하다. 이 얘기를 하면서 그 분은 하루 빨리 집을 팔고 다른 데로 이사 가라고 했다. 그게 4년 전이다. 

    안 그래도 우환스런 일들이 생겨날 즈음이라 고민은 했지만, 어디 이사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사를 가지 않았으니, 그 분의 지적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은 없다. 하지만 나름 좀 '이상한 짓'을 했다. 예컨대 달마상을 거실에 걸기도 했고, 그것도 마음에 차지 않아 수월관음도도 걸었다. 집을 뒤져보니 작은 동종(銅鐘)이 나왔다. 그것을 베란다 창문에 걸어놓고 아침마다 종을 울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왔는데, 며칠 전 밤, 술을 먹고 집을 들어서려는데, 현관에서 열려진 화장실 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뭔가 머리 끝이 뽀족 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머리 속에 그게 생각이 났고 문득 4년 전 그 분이 한 말이 떠 올랐다. 

    웬일인지 마음이 좀 급해졌다. 화장실을 옮길 수는 없으니 뭔가 변화를 주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란다 창문에 걸어놓은 동종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화장실 문에 달았다. 종을 흔들어 보았다. 낭랑하면서도 청명한 종소리가 났다. 저 종소리가 이런 저런 우환과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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