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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폰
    村 學 究 2019. 8. 25. 11:48

    종이신문을 누가 뭐래도 계속 고집해 보고있다. 때때로 종이신문 아니면 접해볼 수 없는 기사가 실리기 때문이다. 일반 정치시사적인 게 아니고 내가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내용의 기사가 그런 것이니, 나에게는 말하자면 맞춤기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토요일 자 조선일보에 그런 기사가 한 꼭지 실렸다. '이어폰'에 관한 기사다. 기사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어폰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필수적인 것으로 그 선호도가 날로 높아져가고 있는 문화현상에 관한 지적이다. 하지만 그 기사가 나에게 반가운 것은 일종의 동병상련으로, 내 나이인 60대들의 이어폰 선호도도 예상 외로 높다는 점이다.

    나는 매일은 아니지만, 어디로 이동할 적에는 거의 반드시 스마트폰 이어폰을 사용해 다닌다. 어떨 때 가끔씩 이어폰을 낀 내 모습이 쇼윈도 유리에 비쳤을 때 그 생경한 모습에 스스로 웃기도 한다. 말하자면 내 나이 쯤에 그렇게 보청기가 아닌 이어폰을 귀에 꼽고 다니는 모습이 그리 흔하지가 않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 기사의 내용은 딴 판이다. "이어폰이 없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60대가 30.4%라는 것이다. 이는 60대의 1/3 가량이 이어폰으로 뭔가를 듣는다는 말이지 않은가. 물론 이동 중이냐, 아니면 홀로 있을 적이냐라는 것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나의 이어폰 활용도는 물론 어떤 것을 듣기 위한 것이다. 주로 음악이지만, 시사적인 내용을 다운로드 받아 자주 듣기도 한다. 팟캐스트가 그에 있어서는 참 유용한 것이다. 요즘에는 편향적인 정치이념 방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좀 멀리하는 편이지만, 예전 팟캐스트 초창기에는 인문학적인 콘텐츠가 많았다. 예컨대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하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대단한 방송이었다. 그 방송을 통해 나는 정도전을 더 깊이 알게된 것을 포함해 조선왕조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알게된 측면이 있다. 지리산 등 긴 산행을 할 적에도 팟캐스트 방송의 인문학적인 콘텐츠를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아 며칠 씩 이어폰으로 듣기도 했다.

    물론 음악도 많이 듣는다. 나는 전화로 사용하는 것 외에 여분의 예전 스마트폰을 미디어로 활용하는데, 2개의 여분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곡이 1,200 여곡이나 된다. 모짜르트에서 부터 나훈아, 남인수 등 각양각색의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들어있어 때와 장소, 그리고 이동할 때의 분위기에 따라 골라 듣는다. 예전에는 카톨릭 전례 미사곡인 그레고리안 찬트 1백여 곡을 저장해 듣기도 했는데, 요즘에도 좀 심란해지면 가끔 씩 듣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어폰은 10대, 20대들의 세대가 그러하듯 나에겐 생활의 필수적인 액세서리다.

    이 기사에 그럴듯한 대목이 나온다. 10대, 20대들은 이어폰을 몸의 '피부'로 느낀다는데, 나도 어떨 땐 그런 생각이 든다. 늙은 나이의 주책인가. 그런데 이어폰과 관련한 이 기사 내용 중 나와는 좀 다른 부분이 있기는 있다. 이어폰을 끼는 이유 중에 음악 등을 듣기위한 것이라는 것 외에 "주위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라는 것에 60대에서 31.4%의 대답이 나왔다는 것인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생활상의 소음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요소라는 점에서 이런 소름을 차단하기 위해 이어폰을 낀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이어폰을 오로지 뭔가를 듣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 기사는 이어폰의 여러 효용도와 함께 부작용도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귀에 꼽고 다닌다는 점에서 그에 따르는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과 젊은 층은 물론이고 전 계층에 걸쳐 난청의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부작용을 물론 나도 체험하며 느끼고 있다. 나도 가끔 씩 귀가 잘 안 들린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는 이어폰에 따르는 부작용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나에게는 그것과 함께 또 다른 부작용이 하나 있다. 귀, 그러니까 더 구체적으로는 귓구멍이 자주 아프다는 것이다. 이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귀지 청소를 너무 자주 너무 깊이 후벼하면 그런 증상이 생기는데, 나 또한 그에서 예외가 아닐 정도로 귀지 청소를 자주 한다. 이는 곧 귀 염증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런 상태에서 이어폰을 낀다는 게 걸끄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귀 염증 상태에서 이어폰을 낀다는 것은 상태를 악화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지금 오른 쪽 귀가 그렇다. 그래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렇지만 이어폰을 절대적으로 안 낄 수는 없어 나름 대처하는 게, 오른 쪽 귀에는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든가, 끼더라도 깊이 꼽지 않는 것이다. 아직 병원에 갈 정도의 상태는 아니라 나름 여러 궁리를 해가며 대응하고 있는데, 불편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렇듯 이어폰이 내 생활의 일부인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지경에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나이가 더 들어 귀가 안 들리게 돼 보청기를 끼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 때 이어폰은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될 것인가. 그게 나는 궁금하다.



    관련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3/2019082302263.html





    나의 '고막 절친', 너 없인 하루도 버틸 수 없어

    조선일보 
      입력 2019.08.24 03:00

      [아무튼, 주말]
      6000명에게 물었다… 나에게 이어폰이란

      6000명에게 물었다… 나에게 이어폰이란
      일러스트=김의균
      "이어폰이 피부 같아요."

      김현서(19)씨는 "이어폰을 집에 두고 나온 날에는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물건이 귀에 꽂혀 있지 않으면 불편하고 조마조마하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린다면 주위를 둘러보시라. 출퇴근길 전철과 버스, 카페와 사무실에는 유선 이어폰이든 블루투스 이어폰이든 귀를 틀어막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윗사람에게 예의를 표하기 위해 모자를 벗었다. 요즘엔 귀에서 이어폰을 빼며 인사한다. 이어폰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9~21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로 물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6041명이 응답했다.

      나만의 시공간을 만들 수 있다

      6000명에게 물었다… 나에게 이어폰이란
      요즘 1020세대에게 이어폰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도구다. '이어폰이 없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느냐'는 질문에 20대의 64.6%, 10대의 47.9%가 "그렇다"고 답했다. 50대(35.7%)와 60대(30.4%) 응답의 두 배에 가깝다. 20대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어폰이 없다면 삶의 질이 매우 낮아진다고 했다.

      이어폰의 부재를 두려워하고 의존하는 성향은 20대에서 가장 강하다. '이어폰 없이 얼마나 생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어폰이 없으면 안 된다'고 답한 20대는 27.5%. 10대(21.5%), 30대(19.1%), 40대(14.4%), 50대(11.7%), 60대(9.9%)에 비해 단연 높았다. '하루'라고 답한 비율을 합하면 20대의 절반가량(48%)이 이 물건 없이는 하루 이상 버티지 못한다고 고백한 셈이다. 김현지(22)씨는 "이어폰 없이 외출하면 당황하다가 분노하다가 절망한다. 이어폰이 없으면 일상이 지루해진다"고 했다.

      "이어폰을 두고 나왔을 땐 집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편의점에서 싼 이어폰을 바로 사요. 이어폰을 살 때는 언제 고장 날지 모르니까 두 개씩 사고, 집과 사무실에도 비치해둡니다." 강지인(28)씨는 "주변 소음 없이 오롯이 내 페이스에 맞춰 집중할 수 있어 일할 때도 이어폰을 낀다. 이어폰 없이 하루를 시작하면 무기력해진다"고 했다. 20대의 3분의 1(32.7%)은 '이어폰이 망가졌을 때 편의점에서 급하게 사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21.7%)보다 10% 이상 높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혼술·혼밥·혼영처럼 고독을 즐기는 경향이 이어폰으로 자기가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청각의 개인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물리적으로 나만의 시공간을 소유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젊은이들은 택시를 타는 대신 전철에서 이어폰을 낀다. 값싸고 효율적으로 자신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50~60대도 이어폰으로 개인주의 추구

      6000명에게 물었다… 나에게 이어폰이란
      "런던 지하철은 오래돼서 소음도 엄청나게 커요. 통근 시간 이어폰도 없이 시달릴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하죠." 영국 런던에 사는 김모(27)씨는 이어폰을 깜빡하고 나올 때를 대비해 여분의 이어폰을 자주 쓰는 가방들에 미리 넣어 둔다.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 이어폰을 꼭 챙기는 사람은 한국에도 많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이어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때'로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이동할 때(48.2%)를 꼽았다. 휴식할 때(25.4%)와 일·공부 등 집중할 때(17.9%)가 뒤를 이었다. 특히 '이동할 때 이어폰을 얼마나 쓰는지' 묻자 10대의 29.5%와 20대의 29.9%가 '항상 이어폰으로 뭔가를 듣는다'고 답했다. 이런 응답은 50대에서는 10.5%, 60대에선 8%에 그쳤다.

      플라스틱으로 된 이 작은 물건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노래나 영상을 듣기 위해'(50.9%) 이어폰을 쓴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지만 '주변 소음을 막기 위해'(24.1%) '방해 없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서'(13.4%)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권지윤(23)씨는 "카페에서 책을 볼 때 이어폰을 자주 쓴다. 이어폰이 없으면 다른 소리에 신경이 쓰여 집중이 안 된다"고 했다. 김현서씨는 "이어폰을 끼면 다른 사람의 소리가 차단돼 남들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된다. 집 밖에 있어도 내 방에 혼자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주위 소음 차단하기 위해' 또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서' 이어폰을 쓴다고 답한 응답자가 세대가 높아질수록 많아졌다. '주변 소음을 막기 위해' 이어폰을 쓴다는 답변은 60대에서 31.4%로 으뜸이었고 50대(26.3%), 40대(25%), 30대(22.2%), 20대(20.4%), 10대(19.2%) 순이었다. '방해 없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서'라는 응답도 60대(16.9%), 50대(15.4%), 40대(14.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청년층은 개인주의적이고 중장년층은 공동체주의적이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결과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를 넘어서 개인주의가 보편적 가치가 됐다. 중장년층도 자기만의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주의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청년층과 달리 기성세대는 개인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어폰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노래(60.1%) 다음으로 이어폰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꼽힌 콘텐츠는 유튜브 영상(21.9%)이었다. 이어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노래보다 많이 듣는다는 답변은 10대(24.4%)와 20대(23.1%)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50대(23%)와 60대(22.7%)도 1020세대만큼 유튜브 영상을 보기 위해 이어폰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30대는 19.4%, 40대는 18.8%가 유튜브를 골랐다.

      난청과 사고 위험, 그래도 포기 못 해

      응답자의 14.6%가 하루 6시간 이상 이어폰을 쓴다고 답했다. 이어폰을 많이 쓰는 20대의 4.3%, 10대의 4.2%는 무려 12시간 이상 이어폰을 착용한다고 했다. 그만큼 난청의 위험도 커진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난청 환자 수가 2013년 28만2487명에서 2018년 37만429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5년 새 33% 증가한 수치다. 2018년 전체 난청 환자의 10.2%는 10~20대였다.

      이어폰을 '한 몸처럼' 여기며 거리를 걷다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어폰을 사용하다 주위 소리를 듣지 못해 위험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분의 1(33%)이 그렇다고 답했다. 김상욱(23)씨는 "거리에서는 위험하니 이어폰을 빼라는 경고를 지인들에게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이어폰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은 인생의 BGM(배경음악) 같아요. 세상사에서 벗어나 그 순간만큼은 삶의 주인공이 됐다고 느끼거든요."

      이어폰은 사람으로 빽빽한 도시에서 나만을 위한 공간을 뚝딱 만들어주는 사회적인 액세서리다. 이어폰을 끼는 행동만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발산한다. '나는 여기에 있지만 당신들과 분리돼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3/20190823022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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