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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 이야기
    村 學 究 2019. 9. 11. 10:01

    아내는 겁이 많은 편이다. 귀신 이야기 같은 걸 하면 질색을 한다. 그런 아내를 좀 놀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제 저녁 어쩌다 모처럼 아내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내가 그런 류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 빌 구겐하임이 쓴 '死者와의 통신'에 나오는 얘기로 뜸을 들이다가 그 책과 연관되는 나의 꿈 얘기로 이어졌다.

    "요즘 꿈을 많이 꾼다. 그 꿈에 죽은 지인들이 자주 나타난다. 오늘 새벽에는 얼마 전에 세상을 뜬 친구가 나타나 나랑 놀았다."

    거기 정도까지만 했는데도 아내는 벌써부터 손사래를 친다.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꿈 속에서 먼저 간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이상하게도 나는 그들이 죽었다는 걸 안다. 그러면서 어, 이 친구는 죽었는데 왜 나타났지 하는 의문을 스스로 물어본다. 그러다 잠이 깬다. 잠이 깨어서는 그 꿈이 아쉽다. 꿈속일 망정 망자를 다시 만나고픈 그리움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잠을 청한다. 잠이 잘 오질 않는다. 그러다 선잠 상태에 들면서 비몽사몽 간에 누군가를 또 만난다. 역시 죽은 또 다른 친구다."

    아내는 처음과는 달리 하지 말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점차 내 얘기에 빠져든다. 얘기를 하지 말라며 말리는 것도 좀 소극적으로 되면서 내 얘기를 계속 듣고파 하는 게 표정에서 읽혀진다. 나는 아내의 그런 속성을 평소에 잘 안다. 아내는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예요 아는 사람이라면서요?"

    "응. 아무개지. 옛날 우리 과천 살 적에 우리 집에도 몇번 놀러왔던 그 아무개 친구."

    "뭐래요, 그 양반이 꿈속에서?"

    "응. 나더러 술 좀 끊어라 하더라. 둘이서 술을 마시고 있는 꿈이었지."

    아내는 나의 그 말로 내 꿈 이야기에서 깨어나는 표정이다. 비로소 현실로 돌아오는 것인가.

    "그 봐요. 술을 얼마나 작작 마시고 다니길래, 오죽했으면 친구가 꿈속에서 그걸 말리려 나타났겠어요."

    아내가 하품을 한다. 잠이 오는 모양이다. 소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려는데, 내가 벌떡 일어서며 한 마디 했다.

    "오늘 밤 내가 하고픈 얘기는 그런 꿈 얘기 보다는 이거다."

    "그게 뭔데요?" 아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묻는다.

    "잘 듣거라. 나는 지금 죽어도 별 여한이 없다. 이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던 거지. 꿈에서 누가 나더러 그러라고 하더라. 알겄제."

    아내 말똥해진 눈으로 한참을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한 그 말의 뜻을 알까. 모를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순간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말이라,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를 일이니.

    잠 자리에 들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마 나는 유언삼아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유언이 뭐 별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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