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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관 '간식'
    먹 거리 2019. 9. 16. 18:15
    먹는 일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이지만, 한편으로 삼시세끼를 그때 그때 챙겨 먹기란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서는 그 번거로움이 더 하다. 하여 끼니를 귀찮아서 일부러, 혹은 부지불식간에 건너 뛰기도 한다. 딴에는 그걸 좀 고상한 차원에서 연부역강(年富力强), 그러니까 나이 들어 심사가 깊어지는 겸손의 한 행태일 수도 있다는 투로 간혹 아내에게 내세우기도 하는데, 아내에게는 씨도 안 먹힌다. 
    아내는 그런 내 언행을 우스워 한다. 하루 한 끼 정도 안 막고 걸르는 게 무슨 큰 벼슬 하듯 하냐는 거다. 어차피 배 고파지면, 평소 끼니의 두 배 이상 정도를 먹는데 그러면  어차피 피장파장이 아니냐는 얘기다. 먹는 절대량은 변하지 않는데, 뭘 그리 대수인냥 그러냐는 것이다. 폭식을 즐기는 처지에서 듣고보면 아내의 그 말이 맞다.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끼니에 대한 내 행태가 변했고, 지금도 변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고 그런 나의 그런 끼니에 신경이 좀 쓰여지는 경우가 있다. 도서관에서다. 점심을 도서관에서 넘겨야하기 때문이다. 두 끼로 하루를 넘기기에 어정쩡한 곳이 도서관에서라는 얘기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도서관에 나오면 점심은 가볍게 넘길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고 안 먹고는 자유다. 그런데 점심시간이면, 모두가 점심밥을 먹어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혹간 작용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도서관에서의 점심시간 무렵이면 배가 고플 때가 많다. 식당으로 가면 되는데 그러기는 싫다. '점심을 먹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 때는 밖으로 나가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로 허기를 채우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체 먹질 않는다. 햄버거가 나쁘다는 걸 내 몸으로 체험한 까닭이다.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얼마 전부터 아내가 점심을 대용하는 간식을 챙겨주기로 했다. 간식에 뭐가 있을까. 떡도 있고 김밥도 있고 삶은 계란도 있고 쿠키 등 과자도 있다. 아내가 특별히 챙겨주지 않을 경우 내 임의로 가져 와 먹는 것은 주로 삶은 계란이다.
    오늘은 어쩌다 '특별 간식'이다. 아내가 샌드위치를 싸준 것이다. 추석 연휴, 아이들 먹이고 남은 재료로 아침에 후딱 만들어 준 것이다. 양이 꽤 된다. 도서관 1층 중앙홀에 앉아 커피와 함께 먹었다. 맛 있다. 다 먹고나니 배가 부르다. 배가 부르다? 그러면 이건 간식이 아니다. 결국 오늘은 점심을 먹은 것으로 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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