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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도사진 원로 정범태 선생 別世
    사람 2019. 9. 17. 19:11

    정범태 선생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향년 91세. 선생은 우리나라 보도사진에 있어 역사적으로 큰 획을 그으신 분이다. 1960년 4월 18일, 이승만 정권의 사주를 받은 폭력배에 의한 고려대생 기습사건을, 선생은 당시 조선일보 기자로 목숨을 걸고 현장에서 찍었고, 이 사진이 국민의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켜 4.19 혁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보도사진 외에도 선생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예술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이 분야에서 또한 숱한 명작을 남겼다. 선생이 주로 누빈 곳은 당골(무당)의 굿 현장이었다. 어떤 인연이었던지 선생은 사진과 아울러 당골들 세계와도 아주 밀접해 있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유명 당골들의 계보를 선생 만큼 파악하고 계셨던 분도 드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선생과는 조그만 인연이 있다. 2000년인가, 언론재단의 출판 프로젝트로 진행하던, 한 가지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분들의 얘기를 담은 책을 준비하면서 선생을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나의 마포 오피스텔로 선생을 모셔와 얘기를 들으면서 중국 배갈을 대접했는데, 아주 맛 있게 드시던 기억이 있다. 자제 분들 중 한 분이 카톨릭 사제라고 하시기에, 당골들 세계와는 좀 모순된 게 아니냐며 짓굳게 물어본 기억도 있고.

    선생의 별세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간접적으로 접했다. 좀 더 구체적인 것을 알고자 검색을 해 봤으나 어느 매체 한 곳에서도 부고 기사는 안 보인다. 아마도 선생의 뜻이 그래서였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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