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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 광화문 세종로 쪽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거대한 건축물을 하나 보았습니다. 약속시간이 좀 남아 광화문통을 좀 걷다가 갑자기 무슨 거대한 장벽같은 건물 하나와 마주친 것인데,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이 건물은 더구나 밤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조명을 받아 황금색으로 번덕이고 있었습니다. 까마득 해 보이는 높이의 육중한 장벽 형의 이 건물은 정말 보는 이들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새문안 교회였습니다. 이 교회는 예전에 지인 혼사로 몇번 와 본적이 있는데, 그 때 본 소박한 교회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습니다.
그 위용스런 모습에 압도돼 교회 앞에 한동안 서서 이리저리 살펴 보았지요. 문득 구약에 나오는 바벨탑이 떠 올랐습니다. 하늘에 맞닿아려는 인간의 오만과 교만을 상징하는 그 바벨탑이 이런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었지요.
우리나라 첫 장로교회인 새문안교회가 부자 교회인 줄은 압니다만, 아무튼 이 교회도 우리나라의 어마어마하게 크고 잘 지어진, 이른바 성전으로 불리어지는 교회건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혀질 것 같은 생각에 웬지 좀 씁쓸했습니다.
예전 도곡동 살 적에 그 지역의 성당은 천막성당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을 신축하기로 하고 성금을 모으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 좀 무리한 부분이 있어 성당 측과 좀 다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런 말을 했지요.
성당을 크게, 그리고 빨리 지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 뉴욕 맨해탄의 세인트 피터스 교회는 아직도 짓고 있는데, 그 세월이 100년이 넘었다. 그 교회 신자들은 예배하러 갈 적에 벽돌 한 장씩 갖고 가 교회 짓는데 보태고 있다...
그 때 지은 성당이 지금의 대치동 성당입니다. 물론 저는 그 성당의 미사 한번 드리지 못하고 그 동네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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