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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a culpa
    村 學 究 2019. 12. 30. 04:54

    중학교 학생 시절의 일탈을 하나 꼽자면 성인 영화를 보러 몰래 극장에 가는 일이다. 더러는 단속나온 선생님에게 붙잡혀 혼이 나기도 했지만, 좀처럼 끊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영화도 그렇지만, 사춘기 감성을 자극하는 볼거리로는 그 시절 말로 소위 '쑈'라는 게 있었다. 가끔은 잘 나가는 가수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2, 3류급 가수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유랑극단 식의 라이브 무대 공연인데, 이런 '쑈'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무희가 나와 옷을 하나 하나 씩 벗어가며 춤을 추는 이른바 '스트립 쑈'라는 거였다. 물론 그 때 당시에도 음란물 공연을 금하고 있었기에 스트립 쑈에서도 수위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조절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아슬아슬'한 스트립 쑈 공연이 인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때 우리 집은 마산의 선창가 가까이에 있던 동보극장 근처에 있었다. 재상영관으로 2류였던 그 극장에 유난히 '쑈' 공연이 많았다. '하운드 독'의 체리보이나 '미워하지 않으리'를 부른 정원 등 꽤 유명한 가수들이 와 공연을 할 때면 극장 주변이 시끌벅적하는 게 우리 집에서도 느껴지곤 했고, 극장 안에서의 공연 음악이 크게 들려오기도 했다.
    그런 음악 가운데 유난히 귀에 익숙한 게 있다. 스트립 쑈의 배경음악인데, 그 당시에는 제목도 모른채, 단지 그 음악이 무희가 섹시한 춤을 추는데 나오는 음악이라는 야릇한 느낌으로 익숙해져서 가끔씩 흥얼거리기도 했다. 스트립 쑈를 추는데 따라 나오던 예전의 그 귀에 익숙한 음악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왜 지금에사 생겨났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튼 기억을 되살려 그 음악의 멜로디를 생각해 내 이리저리 찾아본 끝에 두 개 의 그런 음악의 그 제목을 알아냈다. 하나는 '메아 쿨파(mea culpa)'라는 곡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포에브 위드 유(forever with you)'다. 전자는 트럼펫 곡이고 후자는 섹소폰 음악인데, 둘다 뭔가 멜로디가 끈적끈적한 게 스트립 쑈에 걸맞는 음악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스트립 쑈라는 걸 염두에 뒀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포에브 위드 유'는 그렇다치고 '메아 쿨파'는 멜로디는 그런지 몰라도 곡의 내용은 스트립 쑈하고는 전혀 딴 판이다. 이 곡은 애틋한 멜로디지만,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mea culpa는 라틴어로 '나는 죄인이다'는 뜻인데, 이를 가톨릭교회에서 원용하여 기도문에도 쓰인다는 걸 알았다. 미사에서 자신이 지은 죄를 반성하며 읊은 기도문에 그게 나온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내탓이오, 내탓이오, 내 큰탓이로소이다)." 샹송으로 에디뜨 피아트가 부른 노래도 있다. 물론 이 곡에 따라붙는 가사는 이루지 못할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나타내고 있지만, 그 안타까움을 '죄'로 환치하는 일말의 아이러니가 이래저래 묘한 느낌을 준다.
    '메아 쿨파'를 몇 번씩 들어본다. 옛 기억 속의 스트립 쑈가 왔다갔다 한다. 이러지 말자면서 스트립 쇼를 애써 지우고 종교적인 관점에서 '메아 쿨파'를 들어본다. 그랬더니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음악도 마음먹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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