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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어감의 '통과의례'(?)
    村 學 究 2020. 1. 25. 10:47

    "넓은 평원에 둥그런 무덤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곳이었다. 어느 가야국( 伽倻國)이려니 했다. 나는 막 파 헤쳐져 조성 중인 어느 무덤 앞에 무릅을 꿇고 앉아있다. 내 곁엔 얼굴이 익음직한 아녀자도 있고, 그 뒤로 몇몇이 더 꿇어 앉았다. 우리들은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무덤의 주인이 묻히고 그 뒤를 이어 묻히게 되는, 그러니까 우리들은 순장조였던 것이다. 묻혀지기를 기다리는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저 덤덤한 가운데 빨리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어제 己亥年 마지막 그믐날 밤부터 庚子年 새해가 열리는 오늘 새벽까지 수십 세기를 이부자리 속에서 오르내렸다. 어느 伽倻國 시대, 순장조로 무덤에 묻히기도 했고, 중세의 어떤 카톨릭 교회에서 악마와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는 한참을 거슬러 내려 와 고교시절의 학교 운동장에서 동기생들과 집단으로 닭싸움을 하기도 했다.

    나이 70을 맞이하는 통과의례 치고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꿈들이다. 늙음의 줄에 들어서는 어떤 전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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