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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히지 않는 책
    村 學 究 2020. 1. 3. 08:39

    그저께 읽다가 덮은 책이 있다. 그만 보자며 덮었던 것이다. 잘 읽혀지지 않은 탓이다. 무슨 내용인지 머리에 잘 들어오질 않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책은 두껍기도 했다. 1,200 페이지 정도인데, 580 쪽에서 그만 읽기로 한 것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딴에는 좀 기이하기도 했고 아쉽고 낭패스럽기도 했다. 가독력이나 독해력 부족 때문으로 여기면 될 일이었다. 한편으로 번역이 잘못됐다는 쪽으로 위안을 삼자는 나름의 익스큐즈도 없잖아 있었다. 하기야 몇번을 읽어도 료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스스로 짜증을 낸 적도 다반사였으니까.
    오늘 도서관에 와 마음에 담아놓은 다른 책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덮었던 그 책 생각이 났다. 그래서 한 사나흘간 익숙해진 서고에서 그 책을 찾아 다시 펼쳐 보았다. 오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에 더해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긴 부분을 찾아 출판사에 지적해보고 싶은 충동이 인 것도 그 책을 다시 펼쳐 본 이유 중의 하나다.
    그렇게 책을 펼쳐놓고 얼마간 번역이 잘못되고 애매했다고 여겨졌던 부분을 찾는데, 희한한 것은 그 게 한 군데도 눈에 잡혀지지가 않는 것이다. 새삼 애써 찾으려니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다시 보니 번역이 그렇게 잘못되지도 않은 것이다. 멀쩡한 글이고 술술 잘 읽혀졌다. 그러면 그 책을 보는 사흘 내내 그렇게 읽히지 않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때문이었을까.
    마땅한 이유가 생각나질 않는다. 책 내용이 그래서? 아니다. 그 책은 나의 관심자 중의 하나인 일본의 군국주의와 태평양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야마모토 이소로꾸나 도조 히데끼에 관한 언급이 상세하게 기록된 책이다. 굳이 책이 읽혀지지 않은 그럴듯한 이유를 찾는다면 이런 것 아니겠는가. 책을 읽으며 그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냐 하는 것. 돌이켜보니 지난 연말의 그 사나흘간이 좀 그랬던 것 같다. 오늘 다시 그 책에 빠져들었다.
    참고로 그 책은 존 톨랜드(John Toland)가 지은 '일본제국패망사'로, 번역은 박병화, 이두영 두 분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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