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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갑한 날들
    村 學 究 2020. 3. 8. 09:39

    안 하던 짓을 해 보았다. 청와대에서 문 씨 내외의 파안대소로 유명세를 탄 '짜파구리'라는 걸 만들어 본 것이다. '너구리'가 없어 '진짬뽕'을 대신했다. 그러니 굳이 작명을 한다면 '짜파짬뽕'이라 하겠다. 그걸 만들어 본 건 그게 갑자기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수공원 길을 걷다가 갑자기 허기가 났고, 그 틈새에 짜장면이 끼어 들었다. 짜장면, 짜장면 생각하다가 문득 '짜파구리'가 떠 올려진 것인데, 만들어 먹은 소감은 한 마디로 말해 무슨 특출한 맛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그랬다. 너구리 대신 진짬뽕으로 했기에 그런 것일까. 이런 걸 만들어 그 위에다 채끝살까지 얹어 먹으며 중인환시리에 파안대소하던 그 사람들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갑갑한 날들이다. 십여 일이 넘어간다. 나만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상자 안에 갇힌 듯한 일상을 깨부수고자 하는 욕구는 있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실체는 있는데, 뭔가 막연하게 엄습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책을 보려해도 글짜들이 도무지 머리에 들어앉지를 않는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뭘 먹는데도 뭘 먹고있는지를 모른다. 술을 마신다. 마시는 순간과 취해가는 과정은 좋다. 상대방이 있으면 더 좋다. 그러나 깨고나서가 문제다. 후유증이 극심하다. 한 사나흘 간다.

    그닥 생에 집착해 살지는 않았기에, 지금의 역병 우환에 대한 공포는 없다. 그런데도 막연히 불안한 이유는 도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역병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런저런 인간사들과 세상물정의 틀림 현상에 대한 실망감은 크다. 그렇다고 그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결국 나에게로 귀착시키는 게 좋겠다. 나 때문 일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일말의 아무런 소용도 안 되는 존재라는 것. 그 다음에 이어지는 생각은 애써 지우려 노력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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