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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25, '마산방어전투,' 그리고 배대균 박사
    내 고향 馬山 2020. 6. 27. 20:34

    피아간에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를 낸 비극적인 6. 25 한국전쟁을 두고 올해도 말들이 많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이 전쟁을 '내전'이라는 식으로 애매하고 모호하게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6. 25가 어째서 내전인가. 6. 25는 민족상잔이라는 뼈아픈 요소가 있지만, 2차세계대전 종료와 함께 시작된 미국과 소련간 냉전을 극명하게 드러내 치러진 대리전 양상의 '국제전'이었다.

    6. 25를 시발로 소비에트 소련이 붕괴하는 1990년대 초까지 세계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간 그야말로 일촉측발의 위기가 지배했던 국제 냉전의 시기였다. 그걸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국이면서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특정세력이 민족 간 이념 갈등으로 포장해 내전 쪽으로만 몰고가려는데서도, 6. 25를 이른바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는 오명으로 치부하면서 애써 축소하려는 한 단초를 엿보이게하는 측면이 있다. 어쨌든 70년을 맞이하는 올해 6. 25도 이런 저런 과도한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전쟁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돼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미군과 한국군의 결속으로 6. 25의 전쟁국면을 극적으로 전환시킨 중요한 지역의 전투, 그리고 그 전투를 한. 미동맹이 승리로 이끄는 과정의 기록물을 담은 책자가 나왔다. 그 지역은 바로 마산과 그 인근이며, 책자는 '마산방어전투'라는 제목을 달고있다. 6. 25 발발과 함께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운 북한군은 부산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점령하려는 기세가 등등했고, 김일성은 여기에 이 전쟁의 모든 것을 걸다시피했다. 부산이 점령되면 대한민국은 망하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쟁에 참전한 미국도 사활을 걸었다. 대구에 상주하고 있던 보병 25사단을 여기에 즉각 투입해 사생결단으로 맞섰고 한국군과의 협력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지점이었던 마산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마산방어전투'는 낙동강 교두보 전투와 함께 6. 25 전쟁의 국면을 바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전투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지70년이 다 돼 가도록 '마산방어전투'의 구체적인 전투기록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점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던 마산 지역의 뜻있는 분들이 수년 간에 걸친 발굴과 답사 등을 통해 올해 6. 25 70주년에 맞춰 마산 방어전투의 세세하고 구체적인 기록을 담은 '마산방어전투'라는 책을 발간한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마산방어 전투의 6. 25에서의 중요성과 역사성을 꿰뚫고 있던 한 분의 노고가 두드러진다. 마산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배대균(86) 박사다. '마산방어전투' 이 책은 배 박사의, 마산 방어전투를 세상에 알려 그 의미를 강조하려 애를 썼든 그의 노고가 없었으면 아마 못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배 박사는 마산 방어전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노력을 해왔고, 이 전투에서 희생된 미군과 국군 장병, 경찰과 민간인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하는데 많은 애를 써 왔다.

    이런 과정에서 배 박사가 미 연방정부 '서류저장처(National Archives)'에 미 25사단 마산방어 전투기록물이 보관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 자료를 어렵사리 구한 건 하늘이 도왔다고 봐야 한다. '마산방어전투' 이 책자는 배 박사가 여항산과 서북산 등 마산 방어전투의 중요한 격전지를 답사하고 취재해 모은 자료에 궁극적으로 미 25사단의 마산방어전투 기록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책의 서문에서, 미 보병 25사단의 마산방어전투 기록기를 직접 번역한 배 박사는 "마산방어전투는 가장 길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처절한 전투였다"고 강조한다.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0일 간 하루도 쉬지 않고 피아가 싸운 전투에서 아군 1천여 명이 전사하고 5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북한군은 4천여 명이 죽고 3천여 명이 포로로잡히는 대혈전 끝에 미군을 포함한 아군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이 전투의 승리를 계기로 6. 25의 국면이 한. 미동맹군에 유리하게 반전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 박사를 이번 마산 길에 뵐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배 박사의 책을 쓰기 위한 과정은 지난했다. 어려운 난제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듣기에도 그렇다. 이 일을 나라가 아닌 한 개인이 한다는 건 어떤 굳건한 사명과 의지가 없으면 어렵다. 배 박사의 이력이 이 걸 잘 나타내 준다. 배 박사는 예비역 해군 소령이다. 배 박사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해군에 입대해 의무관으로 복무하면서 월남전에도 참전했다. 의학박사이면서도 군 경력이 남다른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6. 25 전쟁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여기는 배 박사는 이와 관련해 저술하거나 번역한 책들도 많다. 눈에 띄는 책으로는 미군의 '장진호 전투'와 관련해 미국에서 출간된 'The Last Stand of Fox Company'를 2014년에 번역한 것도 있다.

     

    배 박사는 '마산방어전투'에 이은 후속작도 준비 중이다. 그 가운데는 역시 미 '서류저장처'에서 입수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관한 기록물도 있고 그 밖에 마산 인근의 창녕, 김해 등에서 벌어진 전투에 관한 기록물도 갖고있다. 모두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다. 거제도 북한포로 수용소에 관한 기록물에 북한군 포로, 특히 많은 장교들의 인명과 인적사항이 나온다고 한다. 그걸 책으로 낸다면 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한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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