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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에 대한 단상 하나村 學 究 2020. 7. 25. 06:29
지인으로부터 받은 책을 읽지않고 그냥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럴려고 그러기야 하겠는가. 깜빡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받았던 책이 눈에 들어오면 책을 준 지인에게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이 경우 말고 역시 얼마 간의 세월이 지난 후 책을 준 지인과의 대화에서 나에게 준 책이 언급될 때가 있다. 기억나는 책일 수도 있고 없는 책일 수도 있다. 기억나지 않는 책이면 진땀을 뺀다. 대충 얼머부리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유도해 넘어가 버린다. 기억에 있는 책도 대충 표지 정도만 훑어 봤던가 아예 읽지않은 것도 더러 있다. 이런 경우도 난감하기는 매일반이다. 그냥 대충대충 넘어가려 애를 쓴다.
그저께 모처럼 전화를 걸어온 한 후배와도 그랬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후배가 자기가 쓴 책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내가 형한테도 준 그 책"이라고 했다. 후배가 4년 전에 준 '만주 모던'이라는 책인데, 후배가 타이틀을 말하니까 기억이 났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대충 서문과 목차 등 아웃라인만 본 정도다.
그런데 좀처럼 자기 과시가 없는 후배가 그 책 얘기를 꺼내면서 하는 말엔 의외로 자기가 쓴 그 책에 대한 자랑이 담겨지고 있었다. 그 책이 출간된지 꽤 됐지만, 지금도 꾸준히 독자들이 찾는 스테디 베스트셀러라는 것이고, 특히 2017년에는 '대한민국학술원 우수 학술도서'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맞장구를 쳐줘야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그 책을 탐독해 읽지 않았기에 그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뭐라 뭐라 후배 말을 거들었는데, 책 내용도 잘 모르면서 뭐라 뭐라 한 그 말을 후배가 어떻게 들었을까를 지금 생각해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오늘 그 책을 찾아 읽고있다. 후배에게 '속죄'하는 심경으로 열심히 읽고있다. 하지만 읽는 진도가 너무 안 나간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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