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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다 또 개이고(乍晴乍雨)세상사는 이야기 2020. 7. 31. 09:14
한 며칠 간 장마비가 쏟아지더니만, 오늘은 쾌청한 날씨다. 장마철이 원래 그렇지만, 어제 어두컴컴한 방 창가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뭔지 모를 시름에 젖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밝은 햇살 속 뭔가 모를 희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자 하고 있으려니, 날씨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도 그렇고 종잡을 수가 없다. 달리 갖다 붙일 생각의 여지조차가 없는 아침, 그저 무탈한 하루를 바랄 뿐이다.
매월당 김시습은 일기의 이런 변화를 세상과 인간에 빗대 "구름 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도다(雲去雲來山不爭)"며, 그러니 어디서든 즐거운 마음을 가지라고 권하고 있는데, 매월당 김 선생의 그 글귀가 담겨있는 '사청사우(乍晴乍雨)'라는 시가 문득 떠올려지는 아침이다.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잠깐 갰다 잠깐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천도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정이야
譽我便應還毁我(예아편응환훼아)
나를 칭찬하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나를 비방하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도리어 이름을 구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이 무슨 상관이며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구름 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도다
寄語世上須記憶(기어세상수기억)
세상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라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어디서나 즐겨함은 평생 득이 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