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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유발자(飮酒誘發者)’(?)
    村 學 究 2020. 11. 1. 10:54

    술을 꺼릴 나이들이다. 
    매주 토요일 함께 다니는 중.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산행 모임에 ‘룰(rule)’이 하나 생겼다. 
    ‘단차(單次)’로 끝내자는 것. 
    ‘단차’는 달리 말하자면 ‘1차’인데, 산행 끝내고 하는 뒷풀이를 한 차례로 끝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1차로 끝내고 2, 3차로 가지 말자는 것이다.

    근자에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산행 모임을 나가지 않았다. 어제도 못 갔다. 
    아침 일찍 카톡방에 불참을 통보했더니, 회장 친구로부터 이런 내용의 답신이 왔다. 
    술을 ‘단차’로 하자는 것에 대해 내가 삣겼(삐쳤)다는 것. 
    다른 친구는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운운의 글을 달았다. 
    말하자면 술 좋아하는 내가 술을 꺼려하는 룰 때문에 모임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친구들의 그런 반응을 보면서 내가 시인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 처지를 달리 말하자면 내가 그 산행 모임의 ‘음주유발자(飮酒誘發者)’였던 셈이다. 
    그러니 내가 참가하지 않음으로써 친구들이 술을 마시지 않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친구들은 나의 불참을 오히려 반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억울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 인정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제는 후배와 의왕의 수리산 임도 길을 걸었다. 후배와 미리 잡아높은 선약이었다. 
    후배는 대야미 역에서 만나자마자 편의점에 들려 술부터 산다. 후배는 내가 술로 보이는 모양이다. 
    호젓한 산길을 한 시간 가량 걸은 후 자리를 잡았다. 
    후배는 문어. 조기 등 안주깜을 바리바리 싸왔다. 그것으로 그칠 후배가 아니다. 
    수리산 아래 주점에 앉아 또 마셨다. 
    내가 술로 보이는 것, 이 또한 나의 ‘음주유발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좀 억울하다. 
    나는 그 후배를 나의 ‘음주강제자’로 여기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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