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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鷺山 이은상 선생과 '可人山'
    컬 렉 션 2021. 4. 7. 07:57

    노산 이은상 선생은 고향 마산이 낳은 시인이면서 또 마산이 버린 시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좀 잠잠해졌다는 소리를 듣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마산에서는 노산 선생을 무슨 친일이니, 독재정권 비호니 해서 매도하고 거부하는 분위기가 좌파일색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있다고 합니다. 참 몹쓸 것들이지요.

    마산의 좌파들은 대부분 마산 출신, 그러니까 마산 본토배기들이 아닌 특성이 있습니다. 그들이 노산 선생을 비롯해 이원수, 조두남 등 마산의 문화 원로들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마산을 어떤 식으로든 장악하기 위한 일환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별 연고도 없는 마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존경받는 토박이 문화 원로들을 포함해 마산의 전통적인 문화를 말살하는 것으로 그 방향을 잡았던 것이었지요.

     

    그들의 이런 시도가 좌파정권의 융성이라는 시대적인 흐름을 타고 기승을 벌였고 그게 먹혀들었던 것입니다. 마산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 어 하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손으로 마산의 옛 어르신들을 버린 형국이 된 것이지요. 지금부터라도 우리 마산의 옛 어르신들을 기리고 받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마산을 살리는 일이고 고향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연히 노산 선생의 시조 한편을 대하면서, 노산 선생의 글이 새삼 참으로 좋고, 아름답고, 위대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가인산(可人山)'이라는 시인데, 이 글이 가슴에 와 닿고 흥미로운 것은 노산 선생 글을 좀 섭렵했다고 자부하는 저 자신조차 처음 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산 선생에 관해 생존해 계시는 최고의 전문가로 마산에 김교한 시조시인 선생이 계십니다. 아흔을 넘긴 연세에도 마산에서 여전히 노산 선생을 흠모하고 받들며 노산 선생 시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계신 분이지요. 김교한 선생이 편저를 맡아 지난 2012년에 펴낸 '가고파'라는 책자에 노산 선생의 시조가 집대성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도 '가인산'은 게재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가인산 저문 날을 밤 기다려 섰습니다.

    이 밤이 스무날 달이구려 이즐도록 아까와서.

    우수수 지는 잎이 어깨를 때립니다.

    이 후엔 가을 나무 아래 아니 서려 합니다.

    눈 감고 막대 짚고 언덕 아래 섰노라니

    모래알 흐르는 소리 간지는듯 좋습니다.

    풀 속에 산토끼들 공연히 놀다 뛰는구려.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밖에 아무것도 없는 빈 산인데.

    가인산 깊은 밤에 달이 이제야 오릅니다.

    새도록 그림자 데리고 이 밤을 즐기고 싶습니다."

    '可人山'은 어느 곳에 있는 산 이름 같은데, 검색을 해 봐도 나오질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노산 선생의 이 시 또한 시작 연도라든지 출처에 관해 나오는 게 없습니다. 김교한 선생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교한 선생은 제 고등학교 후배의 부친이기도 합니다.

    선생이 쓰신 시조를 집대성한 작품집이 작년 마산에서 출간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선생께서도 저에게 언급하신 작품집이었는데, 그간 잊어먹고 있었습니다. 그 작품집을 구해 읽어봐야 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1969년 마산여고에서 특강을 마치고 나오는 노산 선생과 김교한 선생(왼쪽 끝)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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