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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 斷想
    세상사는 이야기 2010. 12. 14. 16:12

    나는 영세를 받은 가톨릭 신자입니다.

    1979년 12월에 입문했으니 30년이 넘었지요.

    2006년에는 견진까지 받았습니다.

    그 때까지의 과정이 물론 순탄치 않았습니다.

    교회를 잘 나가지 않았었지요. 들락거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견진을 받기로 작심하고 교리공부를 다시 시작한 계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렇게 지향성 없이 살 수는 없지 않는가 하는 그런 무엇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 무렵 이런 성찰은 있었습니다.

    교회만 보자, 사제들은 보지 말자라는 것이었지요.

    교회를 들락거린 이유가 나름대로 있었습니다.

    꼭 집어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사제들에 대한 불만도 없잖아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대치동 성당 신축시에 각 세대마다 신축기금이 할당되었습니다.

    그 무렵 저의 집은 어머니 하시는 사업이 잘못되는 바람에 풍비박산 상태였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저는 어머니를 캐톨릭으로 모셨었지요.

    우리 집엔 30만원 배정되었습니다.

    매월 일정액 씩 붓기로 했습니다. 어려워도 그 것만은 어떻게 해볼 요량이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을 하고 집엘 가니 어머니가 울고 계십니다.

    놀라서 물었더니, 신축기금 때문에 방문한 구역장과 다툰 모양입니다.

    매월 붓는 돈이 너무 작다.

    그러니 좀 더 많이 내라는 게 구역장의 요구였고,

    어머니가 그에 좀 토를 달았던 모양입니다.

    화가 좀 나더군요.

    본당 신부에게 편지를 썼지요.

     

    왜 그리 급한가. 미국 뉴욕의 어떤 성당은 1백년 째 짓고 있다. 

    그 곳 할머니들이 바치는 주일 성물이 벽돌 한장이다.

    돈 많이 내는 게 그리도 중요한가. 

    없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게 좀 천천히 지으면 안 되는가.

    그리고 그런 문제로 왜 위화감을 조성하는가.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보내고는 그 성당에 나가질 않았습니다.

    과천에 살면서도 성당 신축문제로 없이 사는 입장에서 속앓이를 했지요.

    암으로 다리 하나를 절단한 장모님 교회음악을 더 배우려고

    미국 뉴욕의 캐톨릭대학에 유학을 가게 되었지요.

    서울교구청의 추천 서한이 필요했습니다.

    그 거 마련하느라 정말 마음 고생 많이 했습니다.

    영문 편지내용이 조잡해서 손 좀 댔다가 그런 고생을 했지요.

    그 외에도 사제들과의 불편한 관계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큰 죄를 짓는다는 자책감이 많았었지요.

    신자의 입장에서 어떡합니까. 결국 그럴 때마다 교회를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정말 평범한 진리가 바로 그 것이었습니다.

    교회를 봐라, 사제들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데는 신경 쓰지 마라는 것이었지요.

    이런 경구가 그저 얻어진 게 아닙니다.

    많이 고민하면서 논의했던 선배분들로부터 얻은 것입니다. 

     

    2006년 6월, 견진세례를 받았지만,

    지금은 또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또 무겁고 부담스럽습니다.

    내가 왜 그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요새 '정의'를 앞세운 일부 신부들의 행태를 보니

    내가 교회에 안 나가는 것과는 별개로 참 가당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그런 행태 때문에 고민하고 갈등하는 형제.자매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사제들을 보지 마시고, 교회, 진정한 교회만 바라 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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