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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치 미
    세상사는 이야기 2010. 11. 24. 16:43

    혼사가 많은 계절이다.

    지난 토요일엔 4건이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는 사람들의 혼사에 잘 가지 않는 편이다.

    변명이 없을 수 없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구구하고 구차하다.

    이미 그런 쪽으로 '낙인'도 찍혔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다.

    중학교 동창 혼사가 얼마 전에 있었다.

    토요일, 산에 가느라 '당연히' 가질 않았다.

    누구는 청첩장 안 받았으면 안가도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 것 보다는 오히려 산에 가는 핑계가 훨씬 떳떳하다는 생각이다.

    그 동창의 혼사가 있고 며칠 후, 전화가 왔다. 그 동창이다.

    못 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는데, 그 쪽에서 먼저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무슨 말인가. 그 게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또 먼저 말을 한다.

    연신 고맙다, 고맙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 고마운가.

    들어봤더니,

    내 이름 명의로 큰 화환이 오고 또 거시기도 두툼했다는 것이다.

    가만이 듣기가 참 거북해졌다.

    이실직고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나는 가질 않았는데, 무신 소리고?

    그랬더니 그 동창이 또 무신 소리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했다.

    나는 못 갔다. 그날 그렇고 그래서 못갔다. 다시 한번 확인해봐라.

    그 동창은 그래도 우긴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냐는 것.

    안 간 것은 안 간 것이다. 그 게 팩트인데, 그 걸 갖고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결국 둘다 머슥하게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고 있다.

     

    비슷한 경우로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친구가 딸이 취직을 해야하는데, 한 소리 해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들어보니 나와는 한 다리 건너 부탁해야 하는 취직건이다.

    서류전형과 1, 2차 면접을 다 끝냈다. 3차 면접만 남았다.

    그래서 누구 누구에게 얘기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거절할 수가 없다. 알았다. 한번 얘기해 보겠다.

    그러고는 그 걸 차일피일 미뤘다. 솔직히 말해 얘기하기도 좀 꺼려지고.

    그리고 몇날이 흘렀다. 그 친구로부터의 전화.

    고맙다, 고맙다. 또 연신 고맙다이다.

    딸이 합격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딸의 합격이 내가 부탁을 해서 된 것인줄 알고 전화를 한 것이다.

    참 난처해졌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부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얘기해야 하는데,

    그러려니 무슨 다 된 밥에 초치는 것 같고,

    아니라고 그러려니 그 또한 거시기 하고.

    그냥 허허 거리며 얼머부리고 말았다.

    너거 딸, 열심히 해라 캐라이.

    이 말 한마디는 했다.

    어차피 잘 되고 좋은 일이라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좀 미안했다.

     

    안 그래놓고 그런 척 하는 것,

    혹은 그래놓고 안 그런 척 하는 것,

    이 모두 시치미에 속한다.

    나의 경우 어떤 시치미가 필요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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