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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同 夫 人
    세상사는 이야기 2010. 12. 7. 20:46

    모임이 잦은 연말이다.

    12월 달력의 3분지 1 이상이 이미 차 있다.

    다 갔다간 이 해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골라서 가자.

    그러나 고르는 것, 그 것 문제다. 그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親疎관계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말 아닌가.

    한해 내 못 본 것을 송년의 시점에서 한번 보자는 것인데

    냉정하게 그 것을 들이댈 수 있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일단 그 것부터 챙겨본다. 다음은?

     

    중복되는 면면들이 참석하는 모임은 무조건 한 군데만 가기로 하자.

    그런 모임이 몇 있다. 따로 열리는 중학교.고등학교 모임이 그렇고,

    또 몇몇 간의 모임도 면면들이 겹치는 게 있다.

    그렇게 '정리'를 해 나가도 몇 안 된다.

    어쩌나 하고 모임관련 메시지들을 열어 본다.

     

    눈에 띄는 게 있다. '동부인 요(同夫人 要)'라는 문구.

    말하자면 부인과 같이 오라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같이 오라는 것 아니겠는가.

    살펴보니 그 걸 요구하는 모임이 대부분이다.

    물론 강제규정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퍼뜩 그 게 핑계거리가 될 성 싶었다.

    동부인이 안 되면 참석 안 해도 되는 게 아닌가.

    나는 가고프(팠)다. 그러나 마누라가 사정이 있는 바람에 운운으로.

     

    이런 작심을 하면서도 가슴은 좀 쓰리다.

    마누라하고 각종 모임 등에 참석해본 게 언제던가. 까마득하다.

    언제부터인가 마누라는 나랑 가는 모임 등에 안 가겠다고 했다.

    등산을 친구들이랑 같이 자주 다녔었다.

    그러나 몇년 전 소백산에서 사고를 당한 이후 발을 끊었다.

    그 것은 확실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친구들과 만나는 각종 모임,

    그 것도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명분을 들이대면서 실실 피했다.

    내심 가고싶지 않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상대적으로 팍삭 늙어보이는 '노인남편'과의 동행도 좀 거시기할 것이고.

    그러나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가 있다.

    친구들 부인들에 비해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이른바 '자격지심'이 그 이유다.

    그 사람들은 강남살고, 나는 경기도 골짜기에 사니 수준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자들 모임에 마누라가 꼭 같이 가야한다는 법도 없고.

    그러나 한 두번 그러던게 어느 사이엔가 굳어져 버렸다.

    내가 보챘으면 마누라의 그 주장을 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도 좀 수세적일 수밖에 없었다. 내 자격지심이랄까.

    마누라를 경기도 골짜기에 살게 한 게 누구인가라는.

     

    같이 나오라고, 나오라고 보채는 한 모임이 있다.

    안 갈 수는 없는 모임이다.

    그 얘기를 했을 때 마누라의 첫 반응은 물론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몇 번 얘기를 했더니, 차츰 누그러졌다.

    결국 가겠다는 언질을 받아냈다. 일주일 전이다.

    그 이후 매일 듣는 소리가 있다.

    입고 갈 옷이 없고, 같이 얘기 할 화제도 궁색하고 운운.

     

    동부인,

    어찌보면 남편하기에에 달린 것 같지만

    그 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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