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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고들 정신을 잃는다.
나도 왕왕 그렇게 된다.
술 깨고나면 모른다. 무슨 짓을 했는지를.
통상 '주사(酒邪)'라고들 하는 짓거리가 보통 이럴 때 많이 행해진다.
주사도 가지가지다.
울기도 하고 옷을 할딱 벗기도 한다.
괜한 시비에 싸움박질을 일삼기도 한다.
노래를 끝없이 하는가 하면, 끝없이 자기도 한다.
이런 각가지 주사에 하나를 더 보태고자 한다.
전화질을 하는 것이다.
술만 취하면 쉴새없이 전화질을 해대는 것이다.
대상은 물론 지인들이다.
그 중에서도 좀 만만한,
예컨대 지보다 키가 좀 작다든가, 싸움을 못한다든가 하는 지인들이다.
그런 주사를 일삼는 작자의 경우,
함께 술을 마시다 전화를 꺼내면 일단 술이 취한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들 중에 그런 친구가 있다.
내 누구라고 말하지 않겠다.
그래도 그 친구가 누군지 우리 친구들은 다들 잘 알고 있다.
고등학교 총무를 맡고있는 '막강한' 친구다.
이름을 운위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혹여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어젯 밤에도 나의 경우 10통의 전화공세를 당했다. 정확한 카운팅이다.
'불쌍하고 애매한' 다른 친구들에게도 물론 했을 것이다. 그만한 숫자로.
애시당초 첫 전화를 안 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첫 전화는 초저녁에 온 것이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하는 순간, 진한 술 냄새가 풍겨왔다.
어차 당했다 하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
'ㅈ 만한기''ㅈ 만한기'... 'ㅈ' 말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었다.
젊잖게 타이른다.
일마, 빨리 집에 들어가라. 전쟁난다 카는데, 빨리 퍼뜩...
그 말은 나의 독백일 뿐이다. 정상적인 통화가 될리가 없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소파 방석 밑에 전화기를 묻었다.
그리고는 모른 척 했다.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인자 집에 들어가 뻗어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꺼냈다.
그 순간 또 울리는 전화벨 소리. 그렇게 질길 수가 있을까.
전화기에 10개의 수신기록이 남아 있었다.
오늘 아침,
그 친구가 그 걸 알리가 없다.
그러니 확인할 필요도 없다. 무의미한 도로다.
해봤자, 내가 운제 그랬노하고 기를 쓰고 우길 것이기 때문이다.
술이 깰리가 없다. 무슨 소리인지 한바탕 쉰소리를 늘어놓은 게 보인다.
그래도 몸은 끔찍히 챙긴다.
서해안에서 대포 쏜다고 난리인데,
그 친구는 그 시각, 산에 있었다.
"아직 대포 안 쐈나? 쐈으면 연락 도고"
산에 앉아서 태연한 문자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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