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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매주 북한산을 간다.
주말의 자연스런 일정으로 자리잡은지 꽤 됐다.
병만 총무는 이제 일일이 문자메시지도 보내지 않는다.
갈 사람은 갈 것이고, 안 갈 사람은 안 갈 것이니까.
누가 오든, 안 오든 구애받지 않고 간다.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시간만 되면 간다.
그래도 매주 가는 친구들은 대략 정해져 있다.
한 두어명 빠지더라도 그러려니 한다.
다음 주엔 나오니까.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주말 약속을 하지 않는다.
또 특별한 경우를 제하고는 다른 데도 가질 않는다.
북한산엘 가기 위해서다.
말들이 있을 것이다. 너무 이기적인 짓이 아니냐고.
그래도 할 수 없다.
나의 '생존'과 관계되는 것이니 해량을 바라는 수밖에.
같이들 가는 다른 친구들도 나의 희망사항이지만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모두들 중독자 같다. 북한산에 빠진 중독자들이다.
왜 그렇게 죽자고 가느냐 물으면 모두들 모를 것이다. 왜 죽자고 가는지.
모르고들 그러고 있으니 중독자들이 아니겠는가.
산을 내려와서 하는 짓들도 중독자들 수준이다.
'딱' 정해져 있는 게 있다. 목욕탕 가는 것.
대한민국에서 가장 물이 좋은, 구기동에 있는 목욕탕이다.
내가 '북한산 포럼'에 나간 게 3년 하고도 7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 중 북한산에 올랐다가 그 목욕탕 안간 적이 있었던가.
러프하게 계산해봐도 170번 이상을 그 목욕탕엘 갔다.
돈으로 따져보면 8,9십만원을 목욕하는 데 써 버렸다.
우리 일행이 많이 나올 때 10명, 보통 7, 8명 수준이니,
8명으로 잡았을 때 거진 7백만원을 목욕값에 쓴 셈이다.
그래도 우리들은 그 게 아깝지 않다고 여긴다. 왜?
목욕탕이 좋기 때문이다. 물은 정말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들 한다.
좀 아쉬운 건, 우리들의 이런 '정성'을 목욕탕에서 별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10명이 넘으면 한 사람분의 목욕값은 제해준다.
이 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에 특혜는 전혀 아니다.
우리는 처음에 목욕탕 주인이 병만 총무랑 보안대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뭔가 인센티브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그 목욕탕엘 간다. 그 목욕탕 없으면 모두들 죽는 줄 안다.
오죽하면 병만이가 그 목욕탕 전화번호까지 챙겨다니겠는가.
어제는 힘든 산행이었다.
여섯명(종화, 재형이, 거태, 철원이, 철이)이 나왔는데, 내가 제일 지쳤다.
설악산 후유증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종화와 재형이는 거뜬하지 않은가.
퍼뜩 목욕하고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설악산 가느라고 그 목욕탕에서의 목욕을 거르지 않았던가.
그 말을 했더니 모두들 손가락질을 한다. 그럴리가 있겠느냐 하는 투다.
그 집에서 시원하게 목욕을 했다. 한증막에서 모래시계도 세번 돌렸다.
땀이 비오듯한다. 시원한 냉탕에서 자맥질을 서너번 했다.
목욕을 하고 나오니 몸이 거짓말같이 한층 개운해 졌다.
뒤풀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내가 이끌었다.
보쌈집. 근자에 개발한 맛 있는 집이다.
소주 2병에 막걸리 2병. 다른 친구들은 막걸리고 나는 소주만 마셨다.
술맛이 살아난 것이다.
2차로 간 맥주집에서도 생맥주에 소주를 타 마셨다.
그 쯤에서 그만들 하자. 중독자들 아닌가.
나도 모르게 몸이 살아나고 있었다. 술맛도 다시 생기고.
설악산 봉정암(10월 23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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