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혹은 군 출신들에 대한 선입관이 있을 것이다.
'민간인'들과는 무엇이 달라도 다를 것이란 생각도 그 중의 하나일터.
하여 이런 좁은 선입관으로 군인, 혹은 군출신이 하는 일이나 영역을 한정시킨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대부분 군 출신이다. 그런데도 굳이 군 출신을 운위하는 것은,
군 출신이더라도 쫄병이 아니라,
군에서 지도자나 간부를 역임했던 특정한 사람들을 가리키기 위한 것이다.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한 느낌은 우선 좀 하드(hard)한 것이다.
무력과 지모로 나라를 지키는 일, 스케일 면에서 크고 거친 일이 아닌가.
그런 선입관은 그들이 군을 떠나 사회로 나오더라도 이어진다.
군에서 하던 일과 비슷한 일에 종사할 것이라는 것.
우리 동기 이 영계는 감히 말 하자면 군인 중에서도 '大군인'이다.
그 것도, 책상머리가 아닌 거친 야전 일선에서 軍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武骨의 전형이다.
1사단 15연대장, 공수특전여단장, 9사단장 등의 경력이 그를 말해준다.
장군은 많다. 그러나 아무나 장군이 아니다.
야전 일선에서 삭풍을 맞아가며 나라를 지킨 자만이 진정한 장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계에게 장군이란 호칭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다.
이 영계 장군이 언제 전역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가 군을 떠나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주변 친구로부터 들은 것은 있다. 한 두어번 만난 적은 있었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다. 흔히들 일반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다.
지난 16일, 송년회 때 이 장군은 무슨 짐을 들고 왔다.
자신이 쓴 책이다. 50권을 직접 들고 왔다. 그 책을 한 권씩 동기들에게 증정했다.
군인출신 장군이 쓴 책? 그러려니 했다. 그 것도 일반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라 싶었다. 제목이 그 게 아니다. 선입관은 무섭다.
군인출신 장군이 쓴 책이니 제목도 남달라야 한다. 무골의 느낌이 팍팍 드는.
'나 더하기 너는 우리'
이 게 별 세개 짜리 야전군 장군출신이 쓴 책 제목이다. 너무 소프트하지 않은가.
심상찮은(?) 제목에 이끌리어 책을 펴 봤다.
프롤로그가 솔직 담대하다. 군더더기 말이 없다.
군 생활은 특수한 조직 생활이다.
우선 집단이라는 것, 그리고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 의해 움직인 다는 것.
그런 특수집단에서 겪은 생활과 지도자로서 느끼고 우러난 경험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적 요소에 접합시켜 치유책을 마련하자는 것,
그 게 이 책의 집필의도와 내용이다.
이 영계는 이 책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강조한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각종 부조리로 물들었지만 희망의 빛이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비관적 현실 앞에서도 그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영계는 그 희망의 빛을 우리의 DNA에서 찾고 있다.
"상부상조와 '우리'라는 끈끈한 인간의 정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정신"이 그 것이다.
그 것을 바탕으로 그는 '미래지향적 공동체정신'을 제안하고 있다.
이제 겨우 첫 장을 넘겼을 뿐인데,
너무 아는 척을 한 것 같다.
그래도 할 말은 하자.
이 장군의 이 책은 나의 선입관을 보기좋게 배반했다.
그래서 우선 보기에 참신해서 기분이 좋다.
부드럽고 소박하지만 소프트 파워의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책이다.
언뜻 본바로는 글 솜씨도 좋다.
부드럽고 나무랄 데가 없다. 설득력이 느껴진다.
시간을 내어 한번 읽어들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