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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zart piano concerto No. 23, Maria Yudina, Joseph Stalin and...
    컬 렉 션 2021. 6. 26. 08:21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3번을 모처럼 들어본다. 갑작스런 감상이다. 뿌옇든 시야가 밝아지고 잊혀졌던 어떤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

    O...아파트 윗층에 젊은 부부가 산다. 그 집 어린 아이가 뛰어다니면서 생기는 층간 소음으로 알게 된 사이다. 어느 날 미안하다면서 과일 한 바구니를 사들고 아이와 함께 우리 집을 찾아 와 사과했다. 부부는 과할 정도로 인사성이 밝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꼭 인사를 한다. 아이도 허리를 구부려 인사를 한다.

     

    O...오늘 그 집에서 모차르트 음악이 들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협주곡 23번이다. 나부끼듯 들릴락말락 하는 선율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흡사 나 들어라고 틀어주는 것 같았다. 누구의 연주일까. 마우리지오 폴리니, 아니면 클라라 하스킬?

    O...23번을 들으면 예전 인사동 생각이 난다. 수도약국 뒤 골목에 있던 그 집은 항상 모차르트 음악이 흘러 넘쳤다. 특히 피아노협주곡 20번과 23번을 그 집 아주머니가 좋아했다. 나도 얼큰해져 가면 그 곡들을 틀어달라고 했다. 반술이면 23번, 온술이면 20번, 나름의 듣는 규칙(?)이 있었다. 23번 아다지오는 외양은 밝아도 내면에는 슬픔이 깔려있다. 그래서일까, 나로서는 반쯤 취한 술에 딱 맞았다. 23번이 술을 재촉해 더 마신다. 그러다 취하면 20번으로 갈아타 듣곤했다.

    Maria Yudina and Joseph Stalin

    23번은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좋아했던 곡이다. 가끔씩 눈물을 흘려가며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죽어가며 들었던 곡도 23번이다. 23번 연주자로 스탈린은 마리아 유디나(Maria Yudina; 1899-1970)를 좋아했다. 유디나의 23번을 듣고자 스탈린은 그녀를 따로 불러 연주케 해 제작한 레코드로 23번을 들었다. 스탈린은 죽음의 순간까지도 유디나의 그 레코드를 들으며 죽어갔다.

    그러나 유디나는 죽는 날까지 스탈린을 많은 죄를 지은 죄인으로 경멸했고 상대를 하지 않으려 했다. 다만 신앙적으로 그를 대하려했다.

    자신의 피아노 앞에서의 마리아 유디나(촬영연대 미상)

    유디나 연주의 23번을 좋아하던 스탈린은 어떻게든 유디나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 2만루블의 돈도 선물한다. 하지만 유디나는 오히려 스탈린을 교화시키려 한다. 독실한 정교 신자였던 유디나는 스탈린에게 편지를 쓴다.

    "저는 밤낮으로 당신을 위해기도하고 백성과 나라 앞에서 당신의 큰 죄를 용서해달라고 주님 께 간구 할 것입니다. 주님은 자비로 우시고 당신을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

     

    그 편지를 읽던 스탈린의 눈가에 경련이 이는 걸 보고 측근들은 유디나를 체포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스탈린은 편지를 옆에 치우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O...모차르트 23번을 유디나의 연주로 들어본다. 인사동 예전 그 집이 생각난다. 유디나도 생각나고 스탈린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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