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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 렉 션 2021. 7. 8. 07:58

    동네에 대장천이라는 하천이 있다.

    그곳을 자주 간다. 아침에도 가고 낮에도 간다.

    운동을 겸한 산책삼아 가는데, 이즈음은 좀 바뀌었다.

    쑥쓰러운 말이지만 꽃을 보러 가는 것이다.

    자연습지가 있는 곳엔 갖가지 꽃들이 피어있다.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이름 모를 여름 야생화도 지천이다.

    모르는 꽃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달맞이꽃, 접시꽃, 개양귀비 등등.

    지금까지 꽃을 모르고 살았다.

    그저 꽃이라 하니까 꽃인줄 알았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질 않았다.

    그러니 꽃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그 꽃이 이즈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어떻게 설명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내 느낌으로는 이렇다.

    나이가 들어가니 비로소 꽃이 보여진다는 것.

    그러니까 나에게 꽃은 '나이듦의 산물'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다시 읽혀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는 꽃의 이름을 몰랐으니 불러준 것이 아니다.

    내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내 눈에 들어오기 전에는 하나의 존재였을 뿐이다.

    그 존재가 눈에 들어왔을 때 그 몸짓이 나에게 손짓을 했고,

    비로소 그게 꽃이라는 걸 알은 것이다.

    나 정도로 꽃에 무지한 한 친구가 있었다.

    오래 전 초봄의 어느 날, 지리산 웅석봉을 오르는데,

    친구가 나무에 꽃망울을 내민 어떤 노란 꽃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꽃을 아느냐고.

    나는 대답대신 속으로 저 친구가 참 이상한 짓을 하는구나고 생각했다.

    히어리다, 히어리.

    친구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곁의 친구부인이 그 모습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여름.

    소백산을 오르는데, 어떤 흰 꽃을 가리키며 또 묻는다.

    내가 대답하기 전에 친구는 큰 소리로 말했다.

    함박꽃이다, 함박꽃.

    곁의 친구아내가 말했다.

    이 사람이 요즘 꽃을 배우고 있어요.

    그게 십여년 전이니, 친구는 그 때 꽃이 눈에 들어왔는가 보다.

    친구는 그러니까 꽃으로 치면 나에게는 선배가 된다.

    이제는 그 친구로부터 더 이상 꽃 얘기를 듣지를 못한다.

    2년 전에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꽃에 무관심해 살아오면서도 히어리, 함박 이 두 꽃은 나를 줄곧 따라다녔다.

    꽃이라기 보다 친구의 '분신'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즈음 나에게 꽃이 다가오는 게 흡사 친구의 어떤 부름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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