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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咸陽의 명물 '순대국밥'
    먹 거리 2011. 1. 10. 09:53

    군수가 비서에게 하는 말을 곁에서 들었다.

    거, 와 시장 안에 있는 병곡식당 순대 어떻노...

    군수가 기억하는 식당이라면 그 맛이야 오죽 할까.

    나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선배와 친구가 그 점에 합의한 모양이다.

    아침, 칠선계곡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함양으로 내달렸다.

    안 그래도 엊 저녁에 마신 여러 술들로 속은 복닥거린다.

    이 속을 풀어야 할텐데, 뭘 먹어야 이 속이 풀릴까.

    근데 순대식당이란다.

    그저 그러려니 했다.

     

    함양읍은 모두들 초행이다.

    그러나 병곡식당은 찾기가 수월했다.

    읍내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다.

    중앙시장 안, 한 귀퉁이에 허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앉았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술국을 마주한 채 소주 잔을 기울이고 있다.

    순대국밥과 모듬순대 중짜 하나, 그리고 소주 한병.

     

     

     

     

     

     

     

     모듬순대가 먼저 나온다.

    어라, 그런데 순대 모양이 좀 이상하다.

    다른 곳의 것과는 달리 크고 붉은 색을 띤 순대다.

    퍼뜩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서 이 집 순대가 '피순대'구나.

    병곡식당은 '피순대'로 유명한 곳이다.

    함양 흑돼지이 대창, 소창을 손질해 당면 같은 것 없이

    옛 방식으로 돼지선지와 당근, 부추 등 야채로만 손을 채운 순대.

    한 점 먹으니 또 어라, 싶었다. 아주 부드럽고 맛이 깊다.

    기존 순대 특유의 냄새가 없다. 그러니 맛이 깊고 깔끔하다.

    순대와 함께 나온 머릿고기도 우선 보기에 색깔이 좋다.

    우유빛이다. 색깔이 그러니 먹음직스럽다. 먹어보니 아니나다를까 역시다.

    예전엔 머릿고기를 시키면 오돌뼈 부분도 가끔씩 얹어주곤 했는데,

    요즘엔 그 게 잘 없다.

    병곡식당 머릿고기엔 오돌뼈 고기도 몇점 나왔다. 반갑다. 

    이빨이 시원치 않으니 오돌뼈를 대해도 부담감이 있다. 혹여 이빨이라도 다칠까봐.

    그러나 이 집 오돌뼈는 부드럽기 짝이 없다. 몇번 씹으니 그냥 술술 넘어갈 정도다.

    소주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순대국밥의 맛은 어디에다 포인트를 줘야할까.

    나는 국물에 둔다. 국물이 좋아야 한다.

    좋은 돼지뼈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좋은 돼지뼈를 푹 고우면 정말 고소한 맛이 난다.

    부산 서면에 가면 돼지국밥 잘 하는 집이 있는데,

    시원하고 고소한 맛으로는 그 집 돼지국밥 국물이 일품이다.

    순대국밥을 들고오는 주인 아줌마의 표정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한번 묵어보소. 얼마나 맛나고 고소한가하는 득의의 미소와 함께.

    병곡식당 순대국밥에 100점을 주고 싶다.

    정말 간만에 고소하고 개운하고 맛난 순대국밥을 먹었다.

    국물이 뽀얗고 걸죽한게 부추를 듬뿍 넣고 먹으니 정말 맛있다.

    간밤 술로 찌든 속이 시원하게 가라않는 느낌이다.

    나만 그런가. 아니다.

    우리 일행 여섯명이 모두들 맞장구를 친다. 맛있다. 맛있다.

    그 맛에 소주 한병을 더 추가해 마셨다.

     

     

     

     

    이 집은 2대째, 50년을 이어오는 순대식당이라고 한다.

    그러면 주인장도 좀 늙수래할 줄 알았는데 아니다.

    중년의 아름다운 아줌마가 주인이다.

    손, 그러니까 음식 인심도 크다. 뭘 추가하면 그냥 듬뿍 갖다 준다.

    아줌마더러 이름을 물어 봤더니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순대 맛있으모 됐지. 이름 알아 뭐 할라꼬.

    앞으로 함양엘 다시 오게 된다면,

    아마도 병곡식당 순대와 순대국밥을 먹기위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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