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며칠 간 코가 이상하다.
속이 찝찝하고 아프고 콧물이 많아졌다.
코 속에 뭔가 생채기도 생겼다.
염증이 생겼는지,
어쩌다 코를 한번 풀면 고름 같은 것도 나온다.
아내에게 얘길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코에 동상이 걸린 게 아니냐고 한다.
코에 동상?
여태껏 살면서 코에 동상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코에 무슨 동상" 했더니 아내가 정색을 한다.
그러니까 한파가 최절정에 달했을 때인 지난 주,
이비인후과가 붐볐다고 한다. 이유는 코 동상 때문이라는 것.
오죽 추운 날씨였던가.
그 혹한의 날씨에 나가 있을라치면 노출된 부분은 얼굴일 것이고,
얼굴 중에서도 코가 돌출부위라 그 곳에 동상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코는 수 십년 만이라는 이번 추위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북한산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15일 제일 추운 날, 우리들은 북한산을 올랐다.
모처럼 코끝이 쨍하고 느껴지는 추위가 반갑기도 했다.
얼마 만의 겨울 혹한산행인가
그러나 그런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탕춘대 능선을 타고 올라 비봉 갈림길에 올라 섰을 때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그만큼 추웠다. 같이 간 친구 아내는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그 추위 속 능선 길에선 쉴 수가 없다. 움직여야 한다.
어찌됐든 사모바위 못미쳐 승가사 갈림길까지는 가야 한다.
맞바람을 맞으며 거기까지 가는데 정말 추웠다.
30년 산행에 그렇게 떨고 덤벙거리며 걷기는 처음이다.
얼굴은 추위에 얼어 따끔거리는데, 그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눈마저 뜰 수가 없을 정도다. 게댜가 콧물을 줄줄 흘러 나오고...
그런 와중에 코에 동상이 들었던 모양이다.
승가사 쪽 길로 붙어 승가사 입구에 도착했을 때야 모두들 정신이 들었다.
항상 그랬듯 구기동으로 내려와 목욕탕에서 몸을 풀었다.
그 무렵부터 코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코 감기 초기증세 정도로 여기며 한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했다.
그러나 증상이 코감기의 것이 아니었다. 코 속이 아프고 진물까지 흘렀다.
비봉 갈림길,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암장. 보는 것 만으로 춥지 않으신지.
그런 상태에서 어제 다시 북한산을 올랐다.
어제는 추위도 많이 누그러지고 날씨도 청명하기 그지 없었다.
지난 주와 같은 코스로 올랐다. 모두들 즐거운 산행을 했다.
목욕과 간단한 요기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
코가 더 욱신거리고 아프다. 이제는 코를 후빌 수도 없을 정도로 코 안이 막혔다.
집에 오니 코에 더해 목마저 잠겨 버린다.
게다가 머리까지 아프고 한기가 엄습해 온다.
결국 싸매고 드러 누울 수밖에.
추위를 너무 얏잡아 본 탓인가.
아니면 생전 처음 코에 걸린 동상을 우습게 본 탓인가.
둘 다 해당되겠지만, 주제 모르고 설친 탓도 있을 것이다.
年富力强의 나이는 이제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즐겁다.
철 모르고 한 짓이든, 혹한산행의 후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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