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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뭔가 심상찮다. 5일 산에서 미끄러져 뒤로 자빠졌다. 승가사 쪽으로 내려오면서다. 미끄러질 수 있다. 날이 풀리니 얼어있던 산길이 녹으니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미끄러지는 그 순간의 기분이 영 게운치 않다는 것이다. 어, 어 하다가 슬그머니 미끄러져서는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
어제, 중학교 동창회 가는 길에 지하철 역에서 마주 친 詩 입니다. 갑자기 마누라가 생각났고 보고파 졌습니다.
30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매년 이 날이면 전전긍긍해 한다. 아직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른다. 남들처럼 하면 욕은 안 듣겠지 해도, 막상 그렇게 하려면 마누라가 손사래를 친다. 지난 해가 30주년이었다. 소위 '銀婚'이다. 작년 1월 12일, 그날 뭘 해줬던가. 소고기 국밥을 손수 끓였다. 대파와 무, 양파..
우리는 갈치보쌈 김치를 먹고 있었다. 25일, 매우 추운 날이다. 북한산은 말 그대로 냉동고 그 자체였다. 보통 때 같으면 요기를 산에서 하고 오지만, 이날은 너무 추워 그냥 내려왔다. 시장기가 목에 걸렸다. 구기동 '삼각산'은 갈치보쌈 김치로 유명하다. 우리는 그 김치 맛에 익숙해져 있다. 다닌지가 ..
'행복한 책 읽기' 이런 글과 말을 보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별로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언론사의 책 관련 프로그램 소개에서 본 것 같은데, 하여튼 이런 표현을 접할 무렵, 공감하는 바가 많았었지요. 책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책을 보는 그 ..
무엇을 갖고 일을 하려면 올바른 사용방법이 있다. 산을 다니면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등산 용구 중 스틱이라는 게 있다. 나는 이 것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틱이 산행의 필수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 산에 가는 사람치고는 대부분 이 것을 갖고 다닌다. 나도 어쩌다 한번 ..
세상사, 만물의 이치에 음양이 있을 것이다. 더할 것이 있으면 뺄 것이 있고, 날 것이 있으면 들 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몸인들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마음에 사역당하는 게 몸이니, 몸 가짐은 무엇보다 마음 가짐이 문제이겠으나 이른바 四端七情이 아니더라도 종잡을 수 없는 게 마음 아닌가. 그러..
아내를 자주 나무라는 편이다. 물론 아내도 나를 자주 나무란다. 둘 간의 나무람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의 나무람은, 사안의 잘잘못을 가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아내의 아둔함, 이를테면 세상살이에 뭘 잘 모른다든가 잘 까먹고 하는 건망증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