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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홍대전철 역에서 갑자기 길을 잃어 버렸다. 습관처럼 오가던 2호선 갈아타는 길이 생각나질 않는 것이다. 오던 길을 되돌아 왔다갔다 하며 여러 궁리 끝에 겨우 찾았다. 왜 그랬을까. 골똘한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 생각 중에 허둥지둥 내렸다. 그리곤 그렇게 헤맸다. 결국 뭔..
몸이 좀 살만해서인가, 또 거의 하루 걸러 술이다. 술 마신 날을 표시해 놓는 카렌다에 7월들어 벌써 네번 째로 표시되어 있다.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데, 이 표시는 그러니까 좀 진하게 마신 날을 가리키는 것이다. 삼..
여러분이 여기서 이 글을 보시듯 저는 블로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른바 블로거(blogger)인 셈이지요. 햇수로 거의 10년 가까이 되니, 그 연륜에 맞게 블로그 안에 쌓여진 글이나 사진도 꽤 됩니다. 저는 블로그를 시작할 당시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중년을 살아가는 나의 삶에 깃든 ..
전철을 타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경로석 쪽으로 들어섰다. 보기에 할머니 같은 분이 일어서려는 시늉을 하면서 나더러 앉으라고 권한다. 당황스럽다. 언뜻 보아 나보다 연세가 더 들어보이는 할머니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것이니 그렇지 않겠는가. 순간적으로 내 행동이 좀 강했는..
저-기 앞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어린 여식애와 함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다. 손녀 같으다. 아이는 아주머니가 잡은 손을 자꾸 빼려한다. 그러다 이내 아주머니 손을 뿌리치고 앞서 치달으려 한다. 아주머니가 그 때 나를 보았다. 목례의 눈빛이다. 같은 동네 사시는 분 같지만, 나로서는 ..
"사람이 좋다. 인생이 즐겁다." 일요일 아침 밥 자리에서 본 신문의, 신묘년 토끼띠 오늘의 운세에 나와있는 글이다. 사람이 좋다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고, 만나게 될 사람이 좋다는 것일 게다. 좋은 사람을 만나니 인생이 즐거운 게 아니겠는가. 슬쩍 지나가며 본 글귀지만, 아침..
근자에 신변에 이상이라고 할까, 좀 신경 쓰일 일이 생겼다. 등더리가 근지러운 것이다. 그냥 근지러운 게 아니고, 반드시 긁어줘야할 정도로 못 참을 지경이다. 그리고 긁어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이 탓인 줄 안다. 나이를 먹으면 피부가 건조해진다는 ..
신 경숙과 공 지영은 이른바 386세대를 대표하는 빼어난 여류작가들이다. 태어난 해도 똑 같은 1963년이다. 달도 같은 1월이고. 나는 사실 이 두 분의 소설을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잘 모른다. 다만, 소설을 잘 쓴다는 것, 그리고 그녀들이 쓴 유명 소설들로 낙양의 지가가 올랐다는 것 쯤은 알고있다. 이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