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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 통(疏通)
    세상사는 이야기 2010. 9. 13. 09:08

    인터넷이란 게 참 편리하기도 하지만,

    인간관계 형성 및 유지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 말, 즉 대화가 필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서로 만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관계를 돈독히 하는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예기치 못할 불화를 조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사람들 간의 이런 만남과 소통을 축소시키는

    기능 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 북 등 이른 '소셜 네트 워크(social net work)'가

    대화와 소통을 대체하는 편리하고 광범한 기능으로 그 세가 확장되고 있으나,

    그로 인한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대면하지 않고 말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익명성 내지 몰이해적인 요소가 많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해를 복돋우는 데는 표정도 한 몫을 한다.

    인터넷을 이용한 대화에는 사람의 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기 주장만 강해질 수 있다.

    자기 주장이 강해진다는 것은 상대방의 얘기를 잘 안 듣는다는 것이다.

    그저 자기 할 말만 하고는 그 주장에 몰입하는 것이다.

     

    친구와 어떤 문제를 놓고 언쟁하닌 언쟁을 벌이고 있다.

    그 문제라는 것이, 이를테면 웃으려고 한 어떤 얘기꺼리인데,

    그 게 묘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클럽 사이트에 정말 웃자고 어떤 얘기를 올렸더니,

    그 친구가 받아치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가 그 친구의 주장에 동조를 했다.

    재미를 더하고자 나의 주장의 강도를 좀 더 높였다.

    그랬더니 이 게 이른바 '진실찾기' 쪽으로 에스컬레이터 되면서

    이상한 형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친구들 간에 하지 못할 얘기들, 예컨대 매수니 마타도어니 하는

    용어들까지 아무렇게나 지껄여지고 있는 것이다.

    나를 반박하는 친구들 중의 하나를 만났다.

    친한 친구인데, 그 문제로 좀 어색했다.

    결국 그 얘기가 나왔고, 어차피 농담으로 시작된 얘기니까

    농담을 덧붙여 좋은 결말이 나왔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나와의 '화해'와 관련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더니,

    좀 거세게 달겨들고 있던 한 친구의 기세가 더 맹렬해 졌다.

    이제는 아예 막말 수준이다.

    이쯤에서 그만 둬야겠다고 대꾸를 하지 않고 있는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역시 소통(疎通)이다.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누면 쉽게 풀어질 사안인데,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 자기 얘기만 하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한 친구와의 문제도 아직 진행형이다.

    그 친구는 아예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만 내세운다.

    한달 전 결국 둘이 서로 맥주를 껴 얹는 난투를 끝으로 그런 상태다.

    자기는 선(善)이라는 아집이 너무 강하다.

    그로 인해 그 친구의 좋은 점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소통은 무엇인가.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이 잘 흘러가는 것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 아닌가.

    자기의 주장도 좋지만 소통을 위한 중요한 덕목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하나 덧붙인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는 역지사지도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면서 수 없이 들은 노트가 있다.

    세상의 모든 불화와 다툼은

    '적절하지 못한 소통의 부재(lack of adequage communication)'에 있다는 말이다.

    그저 평범하게 들리던 그 경구가 나이 60줄에 접어들면서 귀에 쏘옥 들어온다는 것, 

    그래서 이순(耳順)이라 그러는 것인가.

     

     

     

    9월 11일, 북한산 승가사 계곡을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 막힘이 없는 물줄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소통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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