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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 윤희가 그립다
    세상사는 이야기 2010. 10. 10. 19:29

    호수공원을 걸었다.

    완연한 가을날씨다.

    메타세콰이어 나뭇 길엔 낙엽이 제법 날린다.

    예쁜 가을 꽃이 많이 피었다. 붉고 노란 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나와, 거닐기도 하고

    더러는 잔디밭에 앉아 맑은 가을 날을 즐기는 모습들이다.

     

    이런 저런 모습들,

    그리고 호수를 보면서 공원 길을 걷고 있는데,

    문득 어떤 한 사람이 떠 오른다.

    최 윤희.

    그저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다.

    지병으로 인한 견딜 수 없는 통증을

    죽음으로써 평온을 되찾으려 했던 사람.

    그녀는 과연 평온을 되찾았을까.

    그녀는 좀 유니크했다.

    항상 명량하고 긍정적인 모습.

    잘 모르지만 그 사람 최 윤희 하면 그런 이미지다.

    빨갛고 노란 꽃들, 퍼플의 물색(水色),

    그리고 끼리끼리 다정한 가족들의 나들이 모습.

    그 것들 틈새로 최 윤희 씨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는 한다.

    충분히 한다.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다.

     

    또박 또박 써내려간 유서는 소녀의 글씨체다.

    63살 중늙은이, 최 윤희의 마음은 항상 소녀였던 것일까.

    담담하면서도 할 말을 다하고 있는 글, 그 또한

    평상시 일상의 글쓰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반여행'을 떠나는 남편더러 '완전 남자'라니,

    그 게 어디 중늙은이가 쓸 말인가.

    그 게 더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일상처럼 죽음을 맞이하려 했던 것일까.

    하기야 미약한 인간, 그리고 절대한 고통 앞에서는

    죽음이 일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쉽다.

    구비구비를 휘감고 흐르는 강 같은 이해를 하면서도 그렇다.

    개똥밭을 뒹굴더라도 살아있는 게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리 간단히, 아무런 일도 아닌 것처럼 떠날 수가 있는 것인지.

    우리들과 함께 살아있는 동안,

    많은 웃음과 긍정의 생각들을 뿌렸다. 좀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 긍정의 눈빛과 웃음이 오래 오래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

    명복을 빈다.

    고통 없는 세상에서 다시 즐겁게 웃고 지내기를 바란다.

      

    누구나 죽는다.

    그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죽는데, 언제 죽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걸 아는 사람은 없다.

    이런 모순을 비집고 들어오는 죽음이 있다.

    자살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죽는 걸 알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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