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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오후,
후배가 나타났다.
둘은 어디론가를 걷고 있었다.
아, 너는 죽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떻게 나와 같이 걷고 있는 것일까.
차마 물을 수가 없다.
후배는 슬픈 얼굴이다.
그 얼굴이 자꾸 일그러진다.
그러지 마라.
그러지 마라.
어느 모서리 길에서 후배는 이별을 고한다.
형, 나 이제 가오.
나는 자리에 우두커니 섰고,
후배는 몇 걸음 앞으로 가더니 돌아서 이별을 고한다.
나는 말도 안 나오고 움직일 수도 없다.
형, 나 이제 가오, 이제 갑니더.
후배의 손사래는 멀어져 간다.
어제,
안타깝고 슬픈 소식.
가깝게 지내던 후배가 세상을 떴다.
마지막으로 본 게 지난 6월.
서초동까지 같이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나눈 대화가 결국 마지막이 됐다.
형, 막걸리나 한잔 하고 가소.
다른 약속 때문에 서로 갈라지면서도
못내 아쉬웠던가.
그 다감스런 말이 이승에서 나에게 준
마지막 말이 될 줄이야.
한 해 아래인 후배는 재기가 흘러 넘쳤다.
말도 잘 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글씨도 잘 썼다.
선배들 한테 잘 하고 후배들 잘 다독거렸다.
나에게는 든든한 서포터였다.
그 인연이 어떤 것이었든지 간에 둘은 형제처럼 지냈다.
그렇게 혼자 썰렁 가 버렸다는 비보를 들으니
새삼 세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다.
문득 눈을 떠니,
창문으로 여울져 흘러 내리는 비.
무심한 잿빛 하늘엔 빗소리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