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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聖母頌'
    세상사는 이야기 2020. 3. 11. 08:34

    나는 이를테면 사이비다. 카톨릭사이비라는 얘기다. 근데 예전에 읊던 몇몇 기도문은 입에 좀 발렸다. 요 며칠 새 절로 입에 올려지는 기도문이 있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은총이 가득하신..."으로 시작되는 '성모송'이다. 내가 신앙에서 사이비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이 기도문이 입에 발렸다는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급하고 뭔가를 추구할 때 입에 말 그대로 절로 주절거려지는 게 이 기도문이다.

    아내에게 좀 안 좋은 질환이 있다는 걸 알게된 건 요 며칠 사이다. 그래서 그런가, 근자에 또 절로 이 기도문이 주절거려진다. 나도 모르게.

    내일 아내의 S대 병원 진료가 잡혀있다. 마음이 싱숭맹숭하다. 근데 오후에 병원을 변경했다. 외사촌 조카 때문이다. 조카는 A병원 간호사로 있다. 오늘 어떻게 해서 이뤄진 통화에서 조카가 그런다. 삼촌, 제가 숙모 병 병동에서 일 하는데, 우리 병원으로 오시지요 한다. 수술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조카가 간호사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긴 있었다. 아내도 그 병원을 바랬다. 30분 정도의 시간에 진료병원이 바뀌어졌다. 조카가 이리저리 얘를 쓴 탓이다.

    저녁답에 집에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거실에 앉아있다. 아내는 소파에 누워있다. 아내와 몇 마디를 주고받는데, 내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성모송'기도문이 나오는 걸 느낀다.

    모를 일이다. 정말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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