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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매일 걷는다村 學 究 2020. 4. 24. 10:44
매일 이른 아침 걷기가 일상화된지 한 달 쯤 돼 간다. 뭐 특별한 운동이 아니고 그저 단순한 걷기다. 평상복 차림에 동네 아파트 뒤, 내가 '마리안 로드(marian road)'로 명명해 놓은 농로를 걷는 것이다. 그 날 그 날 날씨에 따른 옷차림으로 걷는데, 아무리 4월의 날씨라지만, 이즈음의 이른 아침은 좀 쌀쌀하기도 하다. 그래서 겨울 재킷을 입고 걷는다. 걷는 코스는 직선의 길이다. 20년을 다닌 길이니 눈 감고도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대곡 전철 역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길의 끝나는 지점인데, 이 곳에서 되돌아 와 다시 걷는다. 대략 한 번 왕복하면 1km 정도 된다. 편도로 10번, 그러니까 왕복 5번이니 거의 5km를 매일 걷는 셈이다.
이 길 아니고도 많이 걷는다. 근자에 이 길을 매일 일상적으로 걸으니까 다른 곳으로의 걷기가 좀 줄기는 줄었다. 하지만 토, 일요일이면 다른 곳으로도 많이 걷는다. 일산 호수공원을 자주 가는데, 한 번 가면 공원 한 바퀴 내기 한 바퀴 반 정도 걷는다. 호수공원 한 바퀴가 거의 5km이니, 얼추 8, 9km를 걷는다. 호수공원이 아니면 북한산 둘렛길이다. 불광동에서 출발해 탕춘대 암문으로 이어지는 둘렛길이다. 북한산 둘렛길은 때때로 산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탕춘대 암문에서 포금정사 터로 해서 비봉능선으로 붙는 산행이다. 대개는 사모바위까지 가서 승가사로 해 구기동으로 내려오는 산행이다.
매일 걷는다는 게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사람에게 두 발이 있는 건, 조물주가 걸으라고 준 것이지 폼으로 인체에 달려있는 게 아니 듯, 사람은 걷기가 체화된 존재다. 말하자면 걸어야 사람인 것이다. 걷는다는 건 사람 몸을 유지시켜주는 운동이다. 사람이 걷지 않으면 발이 필요없어 아마 퇴화될 것이다. 그러니까 두 발로써 걷는다는 건 사람의 존재감을 나타내주는 동시에 사람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다.
운동량이 부족한 나로서는 아마 유일한 운동이 걷기일 것이다. 그래서 그나마 적절 상태는 아니지만 체중을 유지하고 몸에 어느 정도의 활력을 갖게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걷기가 오로지 운동과 건강유지의 피지컬(physical)한 측면의 것 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오히려 정신적인(mental) 어떤 측면에 기대는 바도 피지컬한 측면에 못지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걷는다는 건 바로 생각하는 것에 연결되는 신체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걷는다는 건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고 일인 것이다. 그러니까 매일 걸어도 지겹거나 지쳐지지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이다.
나는 매일 이른 아침, 나의 '마리안 로드'를 걷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며 걷는 길이다. 어제를 반성하기도 하면서 오늘 무얼 할 것이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걷는 길이다. 나의 '마리안 로드'는 기도하며 걷는 길이기도 하다. 그 날 그 날의 묵주기도를 매일 걸으며 바치는 길이다. 그리고 또한 마음에 담아두었던 기도를 드리며 걷는 길이다. 오늘은 특히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관련하여 나라와 천주교 사제들을 위한 단식 기도 끝에 절명한 강동수 베드로 어르신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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