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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同 病 相 憐'
    村 學 究 2020. 9. 25. 08:33

    아내 결과를 듣기위해 간 병원. 순서를 기다리고 앉았는데, 곁에 앉은 어떤 분이 말을 건다.

    크기가 어때요?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이내 알아챘다.

    제가 아니고 제 집 사람입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말을 계속 이어간다.

    전남대병원에서 당장 수술하라는 거, 거기서 뇌수술하다 돌아가신 엄니가 맘에 걸려 이 병원에 왔었지요. 그러고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말한다. 나는 크기가 3mm라 합니다...

    3mm라 함은 뇌동맥류의 크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아내 때문에 안 상식으로 말했다. 그 정도면 당장 조치는 안 해도 되겠습니다. 알기로 한국에서는 4mm 이상이라야 수술내지는 시술을 한다고 합니다만...

    그 분은 아내보다 순서가 먼저다. 아내가 검진을 끝내고 수속을 하는 동안 복도를 서성이고 있는데, 역시 복도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그 분을 만났다. 결과를 물었다. 침울하다. 진단서를 살며시 보여주며 하는 말은 이렇다. 11월 초에 혈관조형 검사를 한다는 것. 그래서 수속을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이런 결과이니 마음이 좀 그렇다는 것.

     

    혈관조형 검사란 결국 수술이나 시술의 조치를 하기위한 전 단계이다. 뭐라 해줄 말이 없다. 한달 이상을 공포감을 갖고 살아야 할 그 분 처지가 남의 일 같지않다. 그 분은 좀 체념한 표정이다.

    혼자 중얼거리듯 말 한다. 11월에 올라 와 2박3일 입원해야 한다는데 거 참...

    오늘 밤 다시 광주로 내려가야 하고...

     

    아내가 이런 저런 일로 오가는 동안 나는 복도에 있었는데, 그 분도 여전히 복도를 서성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안스럽다.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 떠 올랐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 노르망디 상륙 전투장면. 두 팔을 잃은 채 사라진 팔을 찾아 포화 속을 왔다갔다 하는 어느 병사의 모습.

     

    집으로 오는 길. 하늘의 구름이 형상을 바꿔가며 시야에 가득 가득 들어온다.

    복도를 서성이던 그 분 생각이 계속났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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